[문화 읽기] 분노에서 시작된 복수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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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밀러 감독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년)를 통해 자신의 출세작 '매드맥스' 3부작(1979∼1985년)을 완벽히 부활시켰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가족을 잃고 폐허를 떠도는 전직 경찰 맥스지만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의 성공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 캐릭터의 공이 컸다.
위험천만한 계획에 맥스가 끼어들면서 맥스와 퓨리오사의 공조가 이뤄지고, 탈출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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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밀러 감독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년)를 통해 자신의 출세작 ‘매드맥스’ 3부작(1979∼1985년)을 완벽히 부활시켰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가족을 잃고 폐허를 떠도는 전직 경찰 맥스지만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의 성공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 캐릭터의 공이 컸다. 핵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한 미래, 물과 기름을 손에 쥔 임모탄은 도시 ‘시타델’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짧은 머리, 한쪽 팔엔 의수를 찬 시타델의 사령관 퓨리오사는 출산의 도구로 취급받는 임모탄의 여인들을 녹색의 땅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 위험천만한 계획에 맥스가 끼어들면서 맥스와 퓨리오사의 공조가 이뤄지고, 탈출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다.
9년 만에 나온 후속작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2024년)는 영화 속 시계를 과거로 돌려 퓨리오사가 어떻게 인류의 희망과 존엄을 지키는 전사가 됐는지 그 시작을 들려준다. 영화는 풍요로운 녹색의 땅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어린 퓨리오사가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에게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딸을 구하러 온 퓨리오사의 엄마는 디멘투스의 손에서 최후를 맞는다. 모든 광경은 어린 퓨리오사의 눈에 각인된다. 퓨리오사는 엄마에 대한 복수를 완수하는 것과 엄마와의 약속(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키는 것을 생존의 이유로 삼으며 살아간다. 영화의 서사를 추동하는 큰 감정은 복수다. 복수는 당한 만큼 되갚아준다는 일차원적 감정이다. 디멘투스를 처단한다고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오진 않는다. 그 끝엔 해소되지 않을 깊은 슬픔과 허무만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퓨리오사가 디멘투스를 용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러니 퓨리오사에겐 복수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머니의 희생을 목격한 퓨리오사는 또 다른 어머니들(임모탄의 아내들)을 구하는 것으로 복수 이후의 삶을 이어간다. 복수극이 모성과 생명 존중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영리한 스토리텔링이다.
두 영화의 서사적 연결이 매끄러울 수 있었던 데에는 샤를리즈 테론과 안야 테일러 조이가 각자의 개성으로 퓨리오사를 연기한 덕이 크다. 더불어 퓨리오사의 일대기를 완성하는 데 활용된 생성형 인공지능(AI)도 한몫했다. 어린 퓨리오사(알릴라 브라운)와 젊은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가 놀랍도록 닮은 건 알릴라 브라운의 얼굴에 안야 테일러 조이의 얼굴을 35∼80%까지 합성했기 때문이다. 퓨리오사의 내적 변화뿐 아니라 외적 변화에 주목해도 흥미로운 영화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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