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하 칼럼] 왜 수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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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근무하던 10년 전 일이다.
당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베트남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국 딸기를 처음 들여온 적이 있었다.
한 지인은 베트남에서 한국산 광어와 전복을 활어 상태로 수입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펫푸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의 펫푸드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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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근무하던 10년 전 일이다. 당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베트남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국 딸기를 처음 들여온 적이 있었다. 딸기는 항공편으로 수송해서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유통기간이 짧아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베트남 소비자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마침 aT 지사에 있는 지인이 홍보용 딸기를 몇박스 보냈기에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다음날 직원들이 몰려와서 딸기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묻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과일 수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물량도 적었다. 주로 사과·배가 수출됐지만 그것도 대만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됐다. 딸기와 같이 신선도 유지와 유통기간이 생명인 과일을 수출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베트남의 슈퍼마켓에 가면 사과·배는 물론이고 딸기와 샤인머스캣 포도까지 있다. 김치는 어디를 가든 쉽게 살 수 있고 쌈장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 지인은 베트남에서 한국산 광어와 전복을 활어 상태로 수입한다. 상식적으로 경제성이 없을 것 같지만 베트남 고급 식당을 상대로 해마다 번창하고 있다. 10년 전 본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발로 뛰면서 고생 끝에 시장을 개척했다. 수조 컨테이너로 수입을 해야 하니 유통비용이 만만치 않아 한국보다 비싸게 팔리지만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황금색을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제주에서 ‘황금 광어’를 독점 수입하고 있는데 황금 광어는 총리 주재 만찬에 오르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펫푸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의 펫푸드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호찌민 한인타운에는 동물용의약품과 펫푸드를 판매하는 한국인 가게가 여러군데 생겼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공통이다. 가격만 본다면 우리 농업이 경쟁력이 없다고 할지 모르나 소득이 올라가면 품질 좋은 농산물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슈퍼마켓 등 현대식 유통채널이 확대되고 한국 농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판매망이 확산하고 있다.
한류 물결 또한 우리농산물의 수요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문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없었고 소중함을 잘 몰랐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세계로 뻗어나가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케이드라마(K-Drama), 케이팝(K-Pop),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의 물결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베트남의 젊은이들에게 케이드라마는 생활의 한 부분이고 케이팝 가수들을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김밥과 떡볶이를 즐긴다. 무엇보다도 앞에 케이가 붙으면 소비자들이 믿고 산다.
우리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을 벗어나 직접 현지를 훑으면서 틈새시장을 찾으면 의외로 시장은 보인다. 농산물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과일·채소·곡류 등 1차 농산물도 있지만 우리의 기술로 가공되거나 제조된 상품들은 문화가 비슷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고 인구가 1억명을 돌파하며 1인당 소득이 4000달러를 넘어서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눈여겨봐야 할 시장이다.
전 유엔식량농업기구 베트남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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