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작업복 입은 채 식사·일 가능해야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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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시골에서 살겠다는 친구가 찾아와 "집은 어떻게 지으면 좋으냐?"고 물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시골집에 살면서 마당에 정자와 별채를 짓곤 한다.
농촌생활을 하다보면 신발과 작업복을 벗지 않은 채 커피를 타 마시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검색과 메일 전송을 할 수 있는 집이 편하다.
신발을 벗고 집 안에 들어가 외출복을 벗고 작업복 챙겨 입고 나오는 게 불편하다 보니 외출복을 입은 채로 움직이다 사고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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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털고 실내 들어가기 귀찮고 불편
거실·주방·화장실, 신발 안 벗어도 돼
퇴직하고 시골에서 살겠다는 친구가 찾아와 “집은 어떻게 지으면 좋으냐?”고 물었다. “뭘 하며 살 건데?”라고 다시 물어보니, 친구는 “정원도 가꾸고 텃밭도 일구고 목공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속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다고 생각하며 “창고처럼 지어”라고 답했더니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신발 벗고 다니는 공간은 최대한 줄이고, 신발 신고 다니는 공간을 많이 만들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도시 사람들이 살기엔 아파트 구조를 갖춘 집이 좋다. 하지만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집을 그렇게 지으면 지내기 불편하다.
시골집도 현관문을 열어 신발을 벗고, 중문을 연 뒤, 실내로 들어가는 동선으로 짓는 건 아파트와 같다. 대부분 그렇게 짓는다.
시골에서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은 마당일이나 텃밭일을 즐긴다. 목공 등 자기만의 작업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아파트 같은 구조를 띤 집은 생활하기 많이 불편하다. 귀농·귀촌인들은 마당이나 텃밭에 나갈 땐 장화나 작업화를 신고 작업복을 입는 게 일상이다. 옷과 신발 겉에는 흙도 묻어 있고 톱밥이나 먼지도 껴 있다.
도시의 집처럼 시골집을 짓는다면 식사 때 신발을 벗고 먼지와 흙을 필수로 털어내야 실내로 들어갈 수 있어 귀찮고 불편하다. 마당이나 밭 또는 작업장에서 신고 있던 신발 그대로 집에 들어가 밥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시골집에 살면서 마당에 정자와 별채를 짓곤 한다.
농촌생활을 하다보면 신발과 작업복을 벗지 않은 채 커피를 타 마시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검색과 메일 전송을 할 수 있는 집이 편하다.
시골집에서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는 공간은 의외로 많다. 거실과 주방·화장실은 신발을 신은 채 드나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카페를 예로 들어 홀을 거실로 치고, 카운터와 커피머신이 있는 공간을 주방이라고 떠올려보면 간단하다. 다만 침실과 욕실은 그럴 수 없다. 그럼 나머지 공간은 신발을 신고 생활해도 문제없지 않은가?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는 공간에는 바닥 난방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운치 있는 벽난로나 그것도 귀찮다면 온풍기 등을 이용하면 따뜻하게 살 수 있다. 그러면 건축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신발을 벗고 옷을 갈아입기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외출했다 돌아와 차를 세우고 보니 추녀 밑에 구멍이 생겨 참새가 드나들고 있었다. 가만히 두면 더 커질 것 같아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우레탄폼으로 쉽게 구멍을 막고 내려왔다. 집 안에 들어가 옷을 벗는데 바지의 엉덩이부분에 폼이 묻어 이미 굳어 있었다. 조금 전 폼을 쏘다 사다리에 찌꺼기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엉덩이로 뭉갰던 것이다. 허연 자국이 생겼는데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작업복으로 써야 한다. 좋은 외출복이 작업복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생긴 작업복들이 꽤 된다.
신발을 벗고 집 안에 들어가 외출복을 벗고 작업복 챙겨 입고 나오는 게 불편하다 보니 외출복을 입은 채로 움직이다 사고를 친 것이다. 그래도 실내에 신발을 신고 다니는 집에 적응이 안된다면 현관 앞에 탈의실을 하나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업복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으면 충분할 듯하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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