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만큼 탄소포인트가 현금으로... '자전거 타기 좋은 미래' 체험해봤습니다
수송분야 탄소감축 위한 '자전거 활성화 정책'
내년부터 자전거 타면 연 최대 7만 원 적립
5㎞ 이내 단거리 승용차 대체 효과 크지만
자전거전용도로 등 안전로 확충 선행돼야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지난 12일 퇴근길. 기자는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한강공원 자전거길을 달렸습니다. 선선한 저녁 바람에 하루 피로도 같이 날아가는 듯했어요. 한강에는 생각보다 자전거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처럼 출근 복장 그대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죠.
주행을 끝내고 스마트폰을 열어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약 30분 동안 4㎞를 달리며 줄인 이산화탄소가 1.0㎏이라고 뜨네요. 언뜻 보면 작은 양이지만,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탄소발자국 계산기에 따르면 휘발유 승용차를 8㎞ 주행할 때 배출되는 양만큼 온실가스를 줄인 셈입니다. 나무 한 그루는 심어야 흡수할 수 있는 양이죠. 소소한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자전거를 탄 거리만큼 쌓인 포인트는 덤입니다.
기자가 이날 자전거를 탄 건 앞으로 시행될 ‘자전거 탄소포인트제’를 미리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모여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공공자전거를 이용한 시민에게 실적에 따라 최대 연 7만 원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하는 게 핵심입니다. 내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2026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죠.
"택시 서비스도 포인트 주는데... 친환경 자전거도 혜택을"
자전거 타기 좋은 미래를 느껴보기 위해 기자가 이용한 서비스는 자전거 거래 스타트업 ‘라이트브라더스(라브)’가 운영하는 ‘스윗스웻포인트(스스포)’입니다. ‘달콤한 땀방울’을 흘린 만큼 포인트가 쌓인다는 이름이 인상적인데요. 라브는 이 포인트 제도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녹위의 ‘탄소감축을 위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업무협약’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희수 라브 대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포인트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이 제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라브 입장에서도 좋으니까요. “자동차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도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탈 때도 혜택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거였죠.
스스포는 제법 정교합니다. 단순히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탄소감축량을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주행을 마친 뒤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어떤 종류의 자전거를 탔는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했을지 등 설문에 응답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자동차 대신 탄 건지, 대중교통 대신 탄 건지에 따라 탄소감축량은 달라질 테니까요.
라브에서 중고자전거나 재생자전거를 살 때도 스스포가 적립됩니다. 자전거를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소재별 재활용이 어려워서 재사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전거 연계 탄소배출권으로 시민·지자체 참여 유인 계획
2022년 6월 스스포 서비스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이달 10일까지 회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린 거리는 누적 2,989만5,744㎞에 달합니다. 지구 746바퀴를 달린 것과 맞먹습니다. 이렇게 줄인 탄소배출량은 약 710만239㎏으로 추정됩니다. 라브는 이를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연계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2021년 첫 흑자 전환을 한 테슬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감축 인정 심사 기준이 워낙 깐깐하다 보니 실제 거래 가능한 배출권으로 발행되는 실적은 미미하지만, 향후 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바라보고 미리 실험을 해보는 거죠.
정부도 비슷한 모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탄녹위 수송전문위원장인 이규진 아주대 교수는 “승용차는 5㎞ 안팎의 짧은 거리를 주행할 때, 시속 10~20㎞의 저속으로 주행할 때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자전거”라고 설명합니다. 상당수 시민이 가까운 거리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자전거 포인트제도를 활성화하면 이를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거죠.
탄녹위는 특히 공공자전거 주행에 연계된 탄소배출권이 지자체의 자전거 정책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출권 수익이 지자체로 하여금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 조성에 노력할 유인이 될 거라는 거죠. 서울시도 지난해부터 따릉이 이용 실적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배출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민 참여 늘려면 자전거 '전용' 도로부터 확충해야
자전거 이용자가 늘고 실제 교통부문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지려면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았습니다. 자전거 타기 불편한 도시 환경이 개선돼야 하거든요. 자전거 길이 없어 도보를 이용해야 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찻길을 지나갔던 시민들도 많으실 거예요. 기자가 퇴근길 자전거 이용을 단 4㎞ 만에 끝낸 이유도 네 갈래로 나뉜 차도를 만나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고요.
사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는 매년 늘어났습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2년엔 6,383노선, 총 1만7,066㎞였는데 2022년엔 1만7,275노선, 2만6,225㎞로 확장됐어요. 그런데 왜 우리 눈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안 보일까요.
통계의 함정 때문입니다. 자전거 도로 중 자전거전용도로(3,648㎞)와 자전거전용차로(992㎞)는 약 17%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보행·자동차 겸용이거든요. 자전거 도로가 늘어났다 해도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1.2%(2021년)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자전거 교통생태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 ‘사이클러블코리아’의 김윤정 대표는 “그나마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도 대부분 천변이라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선 무용지물”이라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보다 자동차를 우선시하는 현행 도시교통체계를 바꿔야 보다 많은 사람이 안전함을 느끼고 자전거 이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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