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1> 오랜만에 벗들과 만나 시를 읊은 정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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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시내와 석벽이 고을을 안고 회도는 곳에(靑谿石壁抱州回·청계석벽포주회)/ 다시 새로운 누대를 지으니 시야가 트이네.
그날 다시 오후 5시 30분 막차를 타고 하동 화개로 돌아와야 하는 필자를 배려해 준 덕분이다.
밀린 이야기가 많아 벗들은 대낮에 술을 많이 마셨다.
벗을 만나 술잔 기울인 이야기를 하려고 정몽주의 시를 소개한 건 필자가 조양각 관련 논문을 쓰려고 자료 수집 중에 있어 겸사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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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邂逅故人三百杯·해후고인삼백배
맑은 시내와 석벽이 고을을 안고 회도는 곳에(靑谿石壁抱州回·청계석벽포주회)/ 다시 새로운 누대를 지으니 시야가 트이네.(更起新樓眼豁開·갱기신루안활개)/ 남쪽 들녘 잘 익은 벼들이 풍년임을 알려주고(南畝黃雲知歲熟·남무황운지세숙)/ 서산의 상쾌한 기운은 아침이 온 줄 알리네.(西山爽氣覺朝來·서산상기각조래)/ 풍류스런 태수는 2천 석 높은 벼슬이니(風流太守二千石·풍류태수이천석)/ 오랜만에 친구 만나 술 3백 잔을 기울이네.(邂逅故人三百杯·해후고인삼백배)/ 밤이 깊어지면 옥피리를 불고 싶으니(直欲夜深吹玉笛·직욕야심취옥적)/ 높이 뜬 달 아래 함께 거닐어보세.(高攀明月共徘徊·고반명월공배회)
위 시는 포은 정몽주(鄭夢周·1337~1392)의 ‘음력 9월 9일에 명원루에서 짓다’(重九題明遠樓·중구 제명원루)로 ‘동문선’ 권 16에 있다. ‘포은집’ 권2에는 ‘중양절에 익양 태수 이용이 새로 지은 명원루에서 짓다’(重九日題益陽守李容明遠樓·중구일제익양태이용명원루)로 실려 있고, 이 누각을 새로 지었을 때‘(時新造此樓·시신조차루)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경북 영천은 정몽주의 고향이다. 명원루는 영천에 있다. 고려 말 부사 이용이 1368년(공민왕 17) 창건했다고 한다. 서세루(瑞世樓)라고도 하다가 지금은 조양각(朝陽閣)으로 불린다. 조양각은 밀양 영남루·진주 촉석루·안동 영호루·울산 태화루·양산 쌍벽루·김천 연자루와 합쳐 영남 7루라고도 한다. 조양각은 건립된 지 650여 년이 지나도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중창·중건·중수·수선 등이 이뤄졌다. 6행 “뜻밖에 만난 친구 술 3백 잔을 기울이네”는 물론 약간 과장이 있다.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많이 기울였다는 뜻이다.
엊그제 점심 무렵 부산에 사는 벗들을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돼지국밥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날 다시 오후 5시 30분 막차를 타고 하동 화개로 돌아와야 하는 필자를 배려해 준 덕분이다. 밀린 이야기가 많아 벗들은 대낮에 술을 많이 마셨다. 필자는 술을 마시지는 않고 건배만 했다. 벗을 만나 술잔 기울인 이야기를 하려고 정몽주의 시를 소개한 건 필자가 조양각 관련 논문을 쓰려고 자료 수집 중에 있어 겸사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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