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2030 엑스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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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는 부산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엑스포 후폭풍'은 지금부터 부산을 강타할 조짐이다.
애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엑스포 부지 활용을 명분으로 추진됐던 부산 동구 미 55보급창의 남구 이전 계획도 논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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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는 부산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다. 시민 다수는 무조건적 지지를 보냈고, 작은 이견도 묻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런 분위기를 십분 활용했다. 엑스포는 박 시장에게 ‘요술 방망이’였다. 수십 년 케케묵은 현안들을 ‘엑스포 바구니’에 담았다. 난제들이 엑스포 유치로 단숨에 해결될 듯 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준비됐다’며 전 세계를 돌았다. 경쟁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유치를 예측하는 외신 보도는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됐다.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과반 득표는 불가능하고, 결선 투표에 가면 부산이 승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8일 새벽의 결과는 처참했다. 119 대 29의 대참패. 우리나라 외교사의 대참사로 기록됐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은 없었다. 역전승을 외치던 인사들은 침묵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애초 불리했다’는 분위기만 팽배했다.
그런데 ‘엑스포 후폭풍’은 지금부터 부산을 강타할 조짐이다. 쉬쉬하는 사이 엑스포로 포장했던 각종 현안 곳곳에서 적신호가 울린다. 지난 5일 마감된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에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조달청은 오는 24일을 기한으로 재입찰을 공고했지만, 또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전체 사업비 13조4900억 원 중 부지 공사비만 10조530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침체로 허덕이는 건설사로서는 이만한 먹거리가 없다. 그런데 왜 외면할까. 공동 도급을 2개 사로 제한한 것과 짧은 공사 기간에 대한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사 리스크를 감당하기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190일(6년)이다. 애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우려 등 공사 난도도 상당한 것으로 지적된다. 2029년 개항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엑스포 부지 활용을 명분으로 추진됐던 부산 동구 미 55보급창의 남구 이전 계획도 논란이 커진다. 남구청과 남구의회는 최근 주민 동의 없는 이전 계획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대의명분이 사라졌으니,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2030년. 부산에 ‘대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엑스포 태풍’은 몰려온다. 주요 현안 추진 전략을 재점검하고, 실현 가능성을 다시 따져볼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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