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주장 SON' 응원 덕분?...토트넘 백업 CB, 유로에서 경기력 대폭발→차기 시즌 '주전 경쟁 청신호' 예고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주장 손흥민의 응원을 받은 토트넘 백업 수비수가 유로 2024에서 잠재력을 맘껏 선보였다.
루마니아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6위 루마니아는 자신들보다 24계단이 높은 우크라이나(22위)를 상대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29분 니콜라에 스탄치우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후반 8분 마리우스 마린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 12분 데니스 드러구슈의 쐐기골로 우크라이나의 추격 의지마저 꺾어버렸다.
다만 경기 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철벽처럼 막아낸 라두 드라구신이었다. 드라구신은 이날 엄청난 활약과 함께 루마니아의 승리를 이끌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드라구신은 몸싸움 승률 100%, 공중볼 경합 100%, 클리어링 10회, 공 소유권 회복 3회 등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드라구신 방향으로 시도한 거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고 해도 무방한 스탯을 기록했다.
영국의 풋볼런던도 '드라구신은 큰 무대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가 동료 안드레이 부르카와 보여준 파트너십은 루마니아의 승리를 이룬 핵심 요소였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트넘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드라구신은 루마니아가 우크라이나를 꺾으며 완벽한 출발을 하는 동안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는 경기 내내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우크라이나의 공격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피지컬적인 기여를 선보였다. 그의 모든 장점을 보여주는 만능 퍼포먼스였다'라며 드라구신의 활약을 축하했다.
드라구신으로서는 2023~2024시즌 토트넘에서의 아쉬웠던 부진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경기력이었다.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좀처럼 드라구신은 진가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드라구신은 과거 유벤투스 유소년 시절부터 기량을 인정받았으며 제노아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두 시즌 연속 제노아 수비진에서 맹활약했다. 빠른 속도와 단단한 몸싸움, 제공권 등이 장점이며, 세리에A에서도 손꼽히는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과 나폴리도 제치고 드라구신을 품었다. 당시 바이에른을 거절한 선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드라구신의 시간은 토트넘에서는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미키 판더펜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시기에 잠시 선발로 나서기도 했지만, 부진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이후 판더펜이 복귀하자 곧바로 벤치로 돌아갔다. 이후 엔제 포스테코글루는 드라구신의 기용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토트넘 합류 이후 9경기 출전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이런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네아는 인터뷰를 통해 "드라구신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당장은 토트넘에 그의 파워가 필요하기에 드라구신이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아직은 1월 이적이기에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안토니오 콘테가 있는 나폴리와 같은 팀에서 제안이 오면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백업으로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드라구신은 토트넘에 남아서 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백업으로는 만족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주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고 구단과 감독에게 협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라구신은 이번 유로에서의 활약을 통해 차기 시즌 다시 한번 토트넘에서 주전 경쟁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토트넘으로서도 노력해서 데려온 유망주가 다시 제 기량을 선보인다면 더욱 안정적인 수비 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드라구신은 이번 유로 대회 참가 전에 주장 손흥민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영국의 스퍼스웹은 '손흥민이 유로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손흥민은 드라구신의 행운을 기원했다. 드라구신은 개인 SNS에 루마니아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렸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드라구신의 대표팀 사진이 올라오자, 게시물에 직접 댓글로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은 '가보자 친구야'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다른 토트넘 동료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의 응원과 함께 드라구신이 유로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활약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차기 시즌을 준비하는 토트넘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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