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가족 벙커’에 빠졌다… 부친과 무슨 일이
“항상 좋은 일로만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런 일로 인사 드리게 돼 유감이다. 일이 너무 커져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이렇게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더 이상 어떤 채무에도 제가 책임질 방법이 없다.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확실히 말씀 드리려 이 자리에 나왔다.”
‘한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47)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아버지 고소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끝내 눈물을 흘렸다.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열린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고소 관련 기자회견. 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세리 이사장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이 최근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부녀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준철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박세리희망재단 측은 박준철씨를 고소한 상황이다. 이날 박세리희망재단 법률 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준철씨와 무관하다. 어떠한 직책이나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위조된 사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사회를 소집하고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고 했다. 위조된 인장과 실제 재단법인 인감을 공개하며 “육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박씨는 국제 골프학교를 설립하는 업체에서 참여 제안을 받고 재단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는 올해 10월 개장 예정이었지만 박세리 부친의 위조 문서 제출로 사업이 중단됐다. 박 이사장은 ‘부친 고소가 부녀 갈등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무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2016년에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문제점을 많이 알게 됐다. 그때는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어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다. 채무를 한 번 해결하면 또 다른 게 수면 위로 올라오고, 마치 줄을 선 것처럼 채무 문제가 이어졌다. 문제가 점점 커졌고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세리가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25승을 거두며 한국 골프의 신화적인 존재이던 시절, 국내에서 그를 초청하려는 골프 대회나 행사가 줄을 이었다. 굵직한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당시 계약의 세부 사항을 아버지가 결정하면 딸은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런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박세리가 2019년 골프 교육 콘텐츠 기업(바즈인터내셔널)을 지인과 공동 창업하면서다.
박세리는 “은퇴 후 본격적으로 제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 권한하에 모든 일을 진행했다. 재단이 하는 모든 일에는 제 도장, 제 승낙이 있어야 한다”며 “일이 너무 커져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최근 사건에 대해 사실대로 보도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어서 짚고 넘어가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소통이 이전부터 단절됐느냐’는 질문에 박세리는 “그렇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런 문제가 갑자기 생기지는 않았다. 오래전부터 있었고 한두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인 그는 “저는 울지 않을 줄 알았다. 재단 차원에서 고소장을 냈지만 제가 이사장이고, 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에 제가 먼저 사건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제가 먼저 고소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내놨다”며 “그것이 재단 이사장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해 말 재단은 이 문제를 접하고 이사진에게 박준철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부분을 동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재단 관련한 일에 대해) 전횡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인데 오래전부터 곪아왔던 문제가 이제야 터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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