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6시간 마라톤 안보대화… 북·러 밀착에 견제구

양지호 기자 2024. 6. 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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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9년 만의 외교·안보 ‘2+2′
김홍균(왼쪽 셋째) 외교부 1차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2+2 외교안보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국 측 인사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바오췬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김 차관,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국빈 방문한 18일 서울에서는 한국과 중국 고위급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만나 북·러 밀착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중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약 4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한중 2+2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했다. 회의가 끝나고 양측은 ‘업무 만찬’을 가졌다. 만찬은 오후 9시 30분쯤 종료됐다고 한다. 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의 관심 사안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이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형태의 대화 협의체로,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으로 열렸는데 9년 만에 차관급으로 격상돼 처음 개최됐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며 중단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중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정세 등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간 북·러 협력 동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한·중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한·중은 이날 남북 간 긴장 고조 상황과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 등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요청했고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미·일 군사 협력 가속화를 우려하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안보대화에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양측은 양국 관계, 지역 국제 정세, 그리고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과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므로 북·러 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교안보대화에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양자 업무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고,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중국 장바오췬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 등이 참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도 중국은 날짜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혈맹인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특히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밀착 관련 질문에 “이것은 러·조(러·북) 간의 양자 왕래”라고만 답했다. 지난 13일에는 “(북·러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는데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중국 민영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두고 “북·러 군사 관계 과열을 경계하며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 협력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민영 매체가 북한 관련 보도를 하며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민영 매체를 통해 북·러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이 유사시에 자동 군사 개입을 하는 조약(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는데 북·러 양국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군사 협력으로 발전할 경우 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진 시기에 한·중이 서울에서 외교안보대화를 갖게 됐고, 중국이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 데 대해 중국도 북·러 간 군사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신냉전 구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북·러와 달리, 중국은 이 같은 ‘블록화’에 거리를 둬 왔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2+2 회담은 최우방국 사이에서 이뤄지는 소통 형태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이 같은 한·중 대화가 불편할 것”이라며 “회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가 19∼20일 방한한다고 밝혔다. 신 당서기는 방한 기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면담하고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업인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방정부 중 경제 규모가 둘째로 큰 장쑤성 당서기가 방문하면서 한·중 간 경제 협력 증진이 기대된다. 한·중 관계가 이전보다 풀려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향후 한·중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던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재개하며 대화를 이어 나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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