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의 식스센스]손도 못 대고 당한다…춤추는 ‘바리아 슬라이더’
기자 2024. 6. 19. 01:04
사실상 투피치 가깝지만
예상보다 낙폭 큰 움직임
타자들은 포크볼로 착각
헛스윙률 무려 38.1%
뜨거웠던 스위퍼 시대
위협하는 새 무기 예고
지난 16일 대전 SSG-한화전은 1회초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화 선발로 등판한 외국인투수 하이메 바리아는 SSG 선두타자 최지훈을 시작으로 추신수, 박지환을 차례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타석마다 3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은 결정구와 타자 반응이 똑같았다.
바리아는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졌고, SSG 상위 타순의 세 타자는 연이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한화 기존 외국인투수이던 펠릭스 페냐의 교체 카드로 들어온 바리아는 돋보이는 메이저리그 이력으로 주목받았지만, 구종이 다채로운 투수는 아니다.
42.7% 비율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가운데 그보다 많은 47.7% 비율로 슬라이더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9.2% 비율의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데 볼배합을 뜯어보자면 사실상 투피치에 가깝다. 그러나 바리아의 구종이 단조롭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바리아는 KBO리그 마운드에 세 차례 등판해 2승 평균자책 1.69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8을 기록하고 있다. 이견 없는 에이스의 지표다. 이처럼 출중한 숫자를 끌어낸 동력은 괴물 같은 ‘슬라이더 움직임’에서 나오고 있다.
바리아는 지난 일요일 SSG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 속에 삼진을 8개 엮어냈는데 그때마다 결정구는 예외 없이 슬라이더였다. 바리아는 150㎞에 육박하는 포심패스트볼과 140㎞ 전후의 고속 슬라이더를 거의 절반씩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두 구종만 보고 대비할 수 있겠지만, 대응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두 구종이 만드는 ‘시너지’가 대단히 커 보이기 때문이다. 바리아의 슬라이더는 낙폭이 굉장히 크다. 예리하면서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문제는 ‘피치 터널’이다. 좋은 패스트볼과 좋은 슬라이더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타자 시선에서는 피치 터널을 통과하는 5~6m 구간까지 두 구종을 구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슬라이더는 포크볼처럼 종으로 움직인다. 바리아의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많은 이유다
지난해부터 KBO리그는 스위퍼로 뜨거웠다. 슬라이더 계열이지만 종보다는 횡으로 크게 꺾이는 스위퍼가 화제가 됐고 그에 따라 투수 판도도 움직였다. 지난해 리그 MVP인 NC 에릭 페디가 주무기로 쓰며 최고의 성적을 냈고, 올해는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스위퍼로 주목받고 있다.
어느 공이 더 가치 있다고 단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헛스윙률로 보자면 바라아의 슬라이더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 세경기에서 바리아의 슬라이더는 헛스윙률이 무려 38.1%에 이른다. 올해 히트 구종으로 통하는 네일의 슬라이더(스위퍼 계열) 헛스윙률이 29.9%인 것을 고려하면 바리아의 슬라이더가 타자 시선에서 얼마나 구분이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헛스윙률이 높다는 것은 패스트볼로 판단하고 방망이 시동을 걸었다가 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경우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적잖은 팀들이 외인 교체 카드와 대체 카드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서 예민해지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사이 한화는 매력적인 카드 하나는 쥔 것 같다. 다른 9개 구단의 바리아 분석에도 속도가 붙을 것 같다.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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