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한국 “푸틴 방북에 깊은 우려”
중국 “한반도 문제 해결 위한 역할 할 것”
외교안보대화 정례화 합의
한국과 중국의 외교·국방 ‘2+2’ 외교안보대화가 18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한·중 회담에서도 북·러 밀착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외교안보대화를 진행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장바오췬 중국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 등도 참석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과거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으로 열린 바 있으며 이번에는 9년 만에 차관급으로 격상돼 처음 개최됐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중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정세 등이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진행하는 만큼, 북·러 협력도 한·중 회담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등이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날 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오풍 풍선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은 또 중국에 “이번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러·북 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은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조성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중국 측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그간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러·조 간의 양자 왕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러 밀착이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중은 앞으로 외교안보대화를 정례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양측은 양국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고, 이런 교류·협력의 모멘텀을 살려 양측 관계를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발전시키자는 데도 공감했다. 또 1.5트랙(반민반관)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도 이행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국방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라며 “지난해 개최된 국방 장·차관급 회담에 이어 고위급 교류·소통의 모멘텀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중은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 관계 등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외교·안보 분야의 다양한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소통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안보대화에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쑨웨이둥 부부장과 장바오췬 부주임을 접견했다. 조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우려를 표명했고, 중국 측은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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