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의 부활… 셀틱스 16년 만에 NBA 챔피언

이영빈 기자 2024. 6. 19. 0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승서 매버릭스 4승 1패 제압
다시 ‘셀틱스 시대’ 누릴까 - 18일(한국 시각) 끝난 2024 NBA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보스턴 셀틱스 조 마줄라 감독이 경기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선수,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왼쪽의 초록색 셔츠를 입은 사람은 구단주 스테픈 팔리우카다. /AFP 연합뉴스

미 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조 마줄라(36)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전임 이메 우도카 감독이 구단 내 성비위로 갑자기 해고됐기 때문. 코치였다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마줄라는 부임하자마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축구 경기를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맨체스터 시티는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모든 선수가 미드필더처럼 뛰자’는 철학 아래 경기에 나선다.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 유기적 전술이 강점이다. 마줄라는 “이런 농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셀틱스 감독을 지냈던 브래드 스티븐스(48) 단장도 이에 동조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 명단을 미세 조정했다. 수비 스페셜리스트 마커스 스마트를 멤피스 그리즐리스로 보냈다. 9년 동안 셀틱스 기둥으로 활약했던 선수라 힘든 선택이었지만, 수비만 뛰어나선 ‘마줄라식(式)’ 농구와 맞지 않았다.

그래픽=김현국

이는 NBA 추세와 다른 새로운 도전이었다. 다른 팀들은 특정 장기를 지닌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전술을 구사한다. 이번 챔피언전 상대 댈러스 매버릭스는 2명의 수퍼스타 루카 돈치치와 카이리 어빙을 공격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P J 워싱턴과 대니얼 개퍼드는 수비에 전력투구한다. 분업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그러나 마줄라는 “공격과 수비는 따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다. 모두 하나의 흐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대신 마줄라는 조그만 우위(small advantages)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격에선 키 큰 선수가 작은 선수를 상대로 골밑에서 공을 잡아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수비에선 상대 선수 1명을 순식간에 여러 명이 둘러싸 수적 우위를 가져오는 방법 등이다. 작은 차이가 큰 흐름을 창출한다는 철학이다.

정해진 약속은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늘 어떻게 우위를 점할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셀틱스는 5명씩 두 팀으로 나눈 뒤 공수 역할을 주지 않는 훈련을 주로 한다. 코치가 한쪽 팀에 공을 던져주는 순간 공격과 수비 역할이 생겨난다. 모든 선수는 본인 위치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영상 분석실에서는 이따금 ‘마라톤 토론’이 열린다. 한 장면을 놓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긴 시간 논의한다.

마줄라는 작전시간을 제때 요청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는다. 그는 코트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셀틱스가 위기에 강한 팀으로 진화한 건 이런 배경이다. 셀틱스는 올 시즌 54회 역전승을 거뒀다. 30팀 중 최다다.

18일 미국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NBA 결승(7전 4승제) 5차전. 셀틱스는 매버릭스를 상대로 3승 1패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기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경기. 이날 역시 셀틱스는 모든 선수가 특정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았다. 가드 즈루 홀리데이가 장신 선수 전유물인 ‘픽 앤드 롤’의 스크린(상대 수비수 동선을 가로막는 기술) 세터로 나서고, 센터 앨 호퍼드가 3점슛을 적중시켰다. 1쿼터부터 경기 내내 리드를 내주지 않고 압도했다. 제이슨 테이텀(34점), 제일런 브라운(21점)이 나란히 활약했다. 셀틱스는 106대88로 승리와 함께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브라운이 파이널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18번째 우승으로, LA 레이커스(17회)를 앞지르고 NBA 역대 최다 우승 팀에 등극했다.

AP 뉴스는 “마줄라는 특이한 사람(weird)이라고 불렸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애정을 담아 부르던 별명이었다. 이제 챔피언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했다. 마줄라는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만이 찾아온다. 황소의 뿔을 잡고 끌고 간다는 마음으로 기회를 살려야 한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 우리들이 그런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