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만 2번 사과, 주가 추락… ‘日 국민기업’ 도요타의 배신

이영관 기자 2024. 6. 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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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인증 부정’ 주총서 거듭 사과
사진=도요다 아키오 회장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 회사인 일본 도요타가 품질 인증 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이달에만 두 번 사과했다. 사토 고지 도요타 CEO(최고경영자)는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과 주주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에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도요타를 비롯한 5개 자동차 회사의 부정행위를 발표한 직후였다. 이번 주총은 최근 인증 부정과 관련해 주요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아키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권고하면서 주목받았지만, 아키오 회장 등 10명의 이사는 모두 재선임됐다.

도요타가 인증 부정 사태로 전 세계의 질타를 받고 있다. 2010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1000만대 규모의 리콜 사태 이후 14년 만에 신뢰의 문제가 또다시 크게 불거진 것이다. 지난 1월엔 차량 엔진, 지게차 등을 만드는 자회사 ‘도요타자동직기’에서 엔진 성능을 조작했고, 작년에는 소형차를 만드는 자회사 다이하쓰가 에어백 성능 시험 등을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글로벌 주요 기업에 비해 늦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일들까지 겹치면서 도요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늘고 있다. 현지에서의 충격도 큰 분위기다. 도요타는 일본인의 자부심이 높은 일본 최대 기업인 데다, 장인 정신과 정직을 강조하는 일본의 기업 문화에도 반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날 도요타 주가는 3052엔에 마감했다. 올해 최고점인 3872엔 대비 21.1%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 주가 감소 폭(6.2%)을 훨씬 상회한다.

그래픽=박상훈

◇日 기업 문화에 대한 신뢰 저하

부정행위로 인해 일본 정부는 도요타의 코롤라 등 3개 차종에 대해 출하를 정지시키면서, 해당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 두 개가 문을 닫게 했다. 해당 공장에서 연 13만대 차량이 생산되는데, 연 1000만대를 판매하는 도요타로선 그 자체로 생산에 큰 타격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도요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에 부정이 더 만연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문제는 도요타가 정부 표준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꿔 조사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일본에선 신차 양산에 앞서 자동차 제조사가 국가 표준 기준에 따라 차량 품질을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데이터를 정부에 제출하는데, 도요타는 6가지 항목에 대해 국가 표준과 다른 절차와 조건에서 데이터를 산출했다. 이 중 5가지 시험은 정부 기준보다 까다로운 조건에서 진행됐지만, 엔진 출력 조작은 성능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엔진 제어 컴퓨터를 조작한 것으로 악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효율 위주 문화가 일냈다

닛케이 등 외신은 효율 위주와 상명하복의 내부 문화를 도요타의 문제로 지적해 왔다. 일정 단축 압박이 조작과 인증 부정 등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4년 전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에도 왜 같은 일이 재현되는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동차 경쟁 속에서 효율성과 속도를 강조하는 조직 문화가 고착되면서 대형 사건이 또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닛케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품질을 자체 검사하도록 하는 일본의 제도 방식이 최근 부정행위가 만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1951년 개정된 도로운송차량법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양산 전에 자체 데이터를 산출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 안전성, 공해 정도를 검증받는다. 닛케이는 “업체 측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지만 시험 방법이나 수치의 편차 허용 범위 등을 각사가 독자적으로 해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한편, 일본의 자정 기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증 부정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올 초 일본 자동차 제조 관련 85개 회사를 대상으로 과거 10년간 품질 인증 자료를 전수 조사하면서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본 내의 자정 기능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기업들이 범죄로 느끼고 각성해야 하는데,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며 만성화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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