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엄마한테 물어볼까요?”

최정희 아리랑TV 미디어홍보부장 2024. 6. 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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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대생 학부모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러 가기 전 엄마에게 물어봤다면 엄마가 과연 하라고 했을까? 내 진로를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면 어떤 영웅도, 세상을 바꾸는 위인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 스님이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 시기엔 부모가 자녀를 놓아줘야 하고, 자녀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이 안전한 길, 편안한 길을 가길 원한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모두 대학을 중퇴했는데 만약에 이들이 부모에게 대학 중퇴 여부를 물어봤다면 십중팔구 말렸을 것이다. 이들이 대학을 중퇴한 것이 성공의 요인은 아니지만, 그 나이대 평범한 젊은이들이 걸어간 길을 똑같이 걸어갔다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한다는 조카에게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똑 부러지는 이유를 대지는 못했지만,”많은 사람이 원하는 길이니 좋을 것 같다”고 했다.의대 증원 정책이 불러온 여파가 내 주변의 현실로 펼쳐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조카의 선택을 존중한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면서 타인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일이 맞다. 자녀들이 좀 더 순탄하게 살아가기 바라는 부모들이 깨달은, ‘살아보니 그만한 자격증이 없더라’는 평범한 진리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란 단체가 의료계에 적극적 행동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이번 의료 파탄 사태로 불합리하고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비굴하기까지 한 의료 시스템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 아들딸들이 그 시스템에 들어가려고 이렇게 애를 썼나 하는 마음에 허탈하다”고 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극한 대립 한가운데 뛰어든 이 ‘학부모 모임’이 낯설다. 요즘은 기업체 입사 면접에도 부모들이 따라온다더니, 한국 사회 특유의 미성숙한 모습을 또다시 엿본 것 같다. 이런 풍토에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거물이 나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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