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가 AI·반도체 전쟁인데 부족한 우리 인재는 그나마 해외로
인공지능(AI) 및 AI 반도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AI·반도체 인재의 해외 유출이 속수무책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난다. 미국 대학에서 AI 석사 과정을 밟는 한국 유학생 가운데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사람은 찾기도 힘들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재 대우는 한국의 5배에 달한다니 능력 있는 인재가 한국에 남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인재 한 명을 영입하려고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했을 정도다. 이러니 한국 기업은 거의 매달 AI 인재 모집 공고를 내고 있는데 그 뒤로 거의 매달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AI 고급 인력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반도체 생산 기지를 늘리고 AI 반도체 개발에도 뛰어드는 바람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반도체 업계조차 고급 인력 채용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카이스트 반도체 연구실에서는 최근 연구생 10명 중 6명이 해외 취업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KT 등 국내 대기업 10곳 중 9곳이 석·박사 이상 ‘고급 인력’을 채용하는 게 “어렵다” 혹은 “매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구인난은 훨씬 심각하다.
AI, 반도체 인재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의 영향이 크다. 대학 내에서 학과별 정원 조정이라도 가능해야 하는데 교수들의 반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인재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 기업 문화도 아니다. AI, 반도체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는데 어렵게 키운 인재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뺏기는 현실로는 AI 혁신이든, 반도체 경쟁력 강화든 모두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공계 인재 지원을 늘리고 성장을 돕겠다며 지난해 범부처 차원에서 협의체를 출범하고, 올 들어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지만 속도가 느리기만 하다. 세계가 AI와 반도체 전쟁이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AI와 반도체 인재에 대한 대우는 크게 올려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 동남아 등 해외 우수 인력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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