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종부세 상속세 개편 입장은 빈말이었나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제기했던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개편 논의가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 직후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었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원내 부대표가 중산층의 세금 부담 완화 차원에서 개편을 시사했었다.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중산층·중도층으로 지지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그동안 금기시했던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지난 16일 ‘종부세 폐지나 전면 개편, 상속세율 30% 수준으로 인하’ 카드를 제시하자, 민주당은 “세수 확충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주춤했다. 자신들이 먼저 꺼낸 문제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면서 종부세·상속세 문제에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지층이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종부세의 개편을 “정체성 훼손”이라며 반발했고, 대북 송금 사건 판결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쟁점이 되자 민생보다 대여(對與) 투쟁을 우선순위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8일 종부세·상속세 개편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세수 결손에 대한 국회 청문회 추진 방침을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세수 결손이 심각하고 재정 상태가 엉망인데 정부가 감세를 꺼내 들었다” “정말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질문은 민주당 내부를 향해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세금이 부족하다면서도 이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생지원금 25만원 지급을 위해 13조원을 쓰겠다는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이 밝혔던 것처럼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부동산 안정보다는 징벌적 세금으로 변질됐다. 상속세 제도 역시 부동산과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채 28년째 묶여 있다. 이런 민생 사안은 여야를 떠나 정치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적고 충분히 타협을 통해 합의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종부세와 상속세 감세를 본격 추진할 경우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당대표 방탄을 위해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면서도 민생과 직결된 사안에는 오락가락한다면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 입장이 빈말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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