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진국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식료품과 서울 집값

조선일보 2024. 6. 1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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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식물가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 기준 냉면값(이하 서울 기준)이 1년 새 9.5% 오른 평균 1만192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인상된 가격이 종이로 덧대어 수정돼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우리와 선진국의 물가 수준을 비교한 결과, 식료품 물가가 선진국 평균보다 56%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도 23% 비쌌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선진국 평균보다 36% 저렴했다.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공기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식료품의 고물가 원인에 대해 재료를 공급하는 농업 부문의 낮은 생산성, 과일·채소의 낮은 수입 개방도, 과다한 중간 유통 마진 등을 꼽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영세농, 농민 고령화 등으로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과일 수입 비율이 미국은 70%를 웃도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40%도 안 된다. 소비자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한다.

비싼 주거비는 너무 오른 집값 탓이다. 서울의 경우 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25배로, 뉴욕(11배), 코펜하겐(9배) 등 선진국 주요 도시보다 훨씬 높다. 주거의 질 문제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 해비타트가 권고하는 적정 PIR은 3~5배이다. 미친 집값 탓에 2030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서울 신축 빌라의 경우 평균 월세가 101만원까지 치솟아 청년들이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문제는 식료품, 주거비, 공공요금의 선진국 대비 가격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료품의 경우 1990년엔 OECD 평균보다 20% 비쌌는데, 2023년엔 50% 이상 비싸졌다. 공공요금은 1990년엔 선진국 대비 10%가량 쌌는데, 2023년엔 30% 이상 싸졌다.

한은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물가의 기형적 구조는 통화정책만으론 해결할 수 없고, 구조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식료품 물가는 기업농 육성 등을 통한 농업 생산성 제고, 과일·채소의 수입선 다양화, 유통 마진 축소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주거비를 낮추려면 좋은 입지의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청년 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 낮은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고 탄소 제로(0) 시대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만큼 단계적인 가격 인상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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