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강원 - 특별함 있는 강원도 농어촌살이] ⑦ 양양 해풍추이농장 공도영 대표
처가 있는 강현면 금풍리로 귀농
농기센터·임업훈련원 교육 참여
견학서 표고버섯 선도농가 매입
농사 첫해 판로 중요성 깨달아
강릉 경매시장 다니며 유통 공부
2022년 제분제빵 HACCP 인증
지역 농산물 활용 빵 인기몰이
원포리 마을 총무·반장 등 활동
공동사업 통한 주민 소득화 목표
올해 환갑을 맞은 해풍추이농장 공도영(60) 대표가 양양에 정착한지도 벌써 8년째다.
태백에서 태어나 황지고를 졸업한 후 관동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 대표는 군 전역과 동시에 국내 유수의 S그룹에 전기분야 공채로 입사했다. 10여 년 동안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한 공 대표는 이후 회사를 설립해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공 대표는 2015년 우연히 심장판막 기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술까지 받았다. 병 회복을 위해 6개월쯤 요양생활을 하던 공 대표는 그때 “시골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당시 대전에서 생활하던 공 대표는 인근 옥천군 등을 돌아보며 귀농을 준비했으나 농지 구입이 여의치 않자 부인 임귀희 씨를 설득해 2016년 처가가 있는 양양군 강현면 금풍리로 내려오게 됐다고 한다.
농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던 공 대표는 양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아카데미에 이어 강릉 임업훈련원에서 표고버섯 관련 교육에도 참여했다. 표고버섯 농사가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공 대표는 마침 교육과정에서 견학하게 된 표고버섯 선도농가가 농장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듣고 선뜻 지금의 현남면 원포리에 800여 평 규모의 농지까지 매입했다.
공 대표는 본인이 운영하는 농장을 ‘바닷바람’과 표고버섯의 한자어인 ‘추이’를 합성해 ‘해풍추이농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100평 규모의 표고하우스 5개 동을 갖춘 해풍추이농장은 톱밥 배지가 아닌 오직 참나무를 활용한 ‘원목표고’ 만을 고집하고 있다.
원목에서 생산된 표고버섯의 맛과 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건표고는 원목에서 생산한 표고버섯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공 대표의 설명이다.
다른 귀농귀촌인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농장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공 대표가 농업인으로 정착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농사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공 대표는 백지와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농사에 뛰어들다 보니, 적은 양의 표고버섯조차 판매할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귀농 첫해에는 판로 확보를 위해 서울 가락시장에 번질나게 드나들었지만, 저장고도 없이 보관하다 수백 ㎏의 표고버섯을 땅에 묻어 버리기도 했다.
경매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보가 부족하고, 기반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첫해 농사를 통해 “농업은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공 대표는 강릉에 있는 경매시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다니며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이해하게 됐고, 유통에 대한 공부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2019년부터는 생산된 표고버섯의 건조 등을 통해 분말차 등 가공제품도 개발했다.
공 대표의 노력과 함께 해풍추이농장도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생산시설에 머물던 농장은 지난 2000년 농산물판매장으로 농지전용을 하고, 이듬해 농산물 제조공장 허가에 이어 22년에는 제분제빵 HACCP 인증까지 마쳤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꾸러미’사업에 납품하기 위한 HACCP 인증으로 최근 공 대표가 주력하고 있는 표고를 활용한 ‘빵 가게’ 운영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HACCP 인증 덕에 공 대표가 표고버섯과 호두, 밤 등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재료로 개발한 ‘양양시골빵’, ‘단팥빵’, ‘소금빵’ 등은 매장은 물론 로드마켓에서도 ‘조기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공 대표는 또 농촌에 적응하며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도 농업기술원 등 농업 관련기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 브랜드개발, 마케팅 등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귀농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을 묻는 질문에 공 대표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초기 투자비용과 함께 운영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업은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뿐 아니라, 큰 빚을 내서 시설에 투자할 경우 부채를 갚다가 제 풀에 지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현실을 감안해 가족 등 동원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영농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귀농귀촌 아카데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농촌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먼저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고 나서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농촌의 현실을 잘 모른 채 도시에 살면서 미리 예단하고 귀농을 준비하면 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때 양양원목표고연구회장으로 활동하던 공 대표는 “회장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지금은 원포리 마을총무와 반장, 노인회의 총무까지 맡아 마을 경제권을 쥐고 있는 실세로 등극했다”고 자랑했다.
해풍추이농장과 베이커리 등의 사업을 어느 정도 안정화 시킨 만큼 앞으로는 공동사업을 통해 주민 소득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조합을 설립해 인근 해수욕장을 군으로부터 불하받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주민이 연말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치열했던 젊은 시절,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귀농귀촌을 통해 공 대표가 찾은 것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삶 뿐만 아니라, 어쩌면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아닐까? 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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