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견제와 균형에 균열 일으켜
거대 야당의 사법부·언론 겁박
'폭주' 제지할 제도적 기반 위협
소수 배려하고 다수 인정하며
타협과 협치의 길 되찾아야
김인영 한림대 교수·도헌학술원융합단장
여의도 정치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정책과 타협은 없고 정쟁과 독주만 있다. 다수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정치·탄핵 정치에 몰두하고 있고, 소수 국민의힘은 ‘속수무책’과 ‘단결 투쟁’뿐이다. 용산은 김건희 여사 방탄 때문인지 국정 무대책·무책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여의도 다수 독주와 용산 거부권 정치의 지속은 결국 ‘망하자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다수 독주, 대통령 거부권 정치의 후폭풍이다. 다수 독주에 기반한 당 대표 방탄으로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또 법안 거부권에 기댄 탓인지 용산의 행정부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국정 통솔이 약해지고 행정 이니셔티브를 찾기 어려워졌다.
단적인 예가 대통령의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발표다. 국정 운영의 부실을 보여준다. 대통령 지지율 20%로 추락이 발표되자마자 실무진을 제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매장량 추정치’를 발표했다. ‘탐사’에서 ‘시추’로 넘어가는 단계인데 시추는 부처 장관이 결정할 일이지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었다. 김 여사 문제도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도 아니고 청탁이 이뤄진 것도 아닌 사안이니 당당히 검찰 조사를 받고 주의받을 것이 있으면 주의받는 것이 순리다. 김 여사 소환 때문에 국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정 흔들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다수 야당이 입법을 진행하고 있는 ‘영장 판사 지정’ 특검법과 판사 선출제 도입 운운은 ‘공적으로 사법부를 발밑에 꿇리려’ 하는 사법부 영역 침해다. 검수완박, 공수처, 특검, 국정조사, 탄핵소추 강행은 민주주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오는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사안들이다. 상호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제도 기반을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붕괴시켰는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대법원 판사 등 공정해야 할 중립 기구에 자기 사람을 채우는 일을 서슴지 않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무력화하려고 했다.
지금 민주당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을 몰아붙이고, 유리하지 않은 사법 판단에 대해선 자당 대변인을 통해 판결이 검찰의 ‘조작’과 ‘창작’을 인용했다고 비판하며, ‘다음 재판에서는 제대로 된 판결을 기대한다’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 또 이재명 대표는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하며 트럼프의 언론 재갈물리기와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자신들이 단독 개최하는 입법청문회에 장관들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형사 처벌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은 경고가 아니라 명령이다. 나아가 불출석 장관에게 해임·탄핵을 거론하는데, 입법부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오동운 공수처장을 향해 “왜 윤석열 대통령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냐”고 질책했는데 공수처 수사를 지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핵심은 민주당이 검찰, 사법부, 언론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무릎 꿇려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민주적 견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 한자리를 차지했고 이제는 한국도 끼어들 태세다. ‘사법 리스크’와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으로 본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너무도 비슷하다.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는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전 세계에 다수 대중을 포섭해 소수의 자유를 배제하는 ‘반자유적 민주주의’ 행태인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의 국회 단독 운영이 다수에 의한 포퓰리즘으로 변질돼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 두렵다. 국회 법사위원장 선출에서 다수당 민주당은 ‘국회법’을, 소수당 국민의힘은 ‘관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과 ‘관행’은 ‘준수’라는 의미에서 다르지 않다.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고 소수는 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적 공존 원칙이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 모습이 다툼이 아니라 타협이라면 협치의 길로 가야 한다. 국민 명령이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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