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아들, 母 살해사건…14년만에 밝혀진 ‘애달픈 진실’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2024. 6.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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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어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나
시간 재서 40분에 한번씩 정산하듯 맞아”
“초등 4학년 땐 알루미늄 찌그러지도록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어머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어 무서워
죽기 싫다고 생각해 엄마를 살해했다”
“엄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것이다
인생을 갈아 넣어 저를 키워주셨다”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해
사랑받아야 한다고 위로 못한 게 후회”
‘존속살해’ 저지른 범죄자의 고백 논란도
자칫 범죄행위 옹호하는 게 될 수 있어
엄마를 살해한 뒤 무려 8개월간 그 시신과 동거한 아들.

그는 형기를 마치고 이미 출소한 가운데,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때를 회상하며 최초로 심정을 고백했다.

이번 사건은 2011년 1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강준수(가명·체포 당시 18세)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뒤 시신과 8개월간 동거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존속살해 최소 형량은 7년인데 준수는 징역 3년을 받고 출소했다. 지난 17일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 주제가 전파를 탔다. 아버지 강 모 씨는 아들이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것도 없고 후회하는 것도 없고 정말 냉정하게 자기가 한 일을 쭉 이야기하더라. 정말 어이없었고 애가 이해 안 됐다"고 눈물을 훔쳤다.

13년 만에 심정을 고백하는 자리에 나선 준수는 "우선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조금 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tvN 캡처
준수는 유년 시절에 대해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거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 아닌 문제는 준수가 커가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어머니의 체벌이 시작됐다는 점이었다.

그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라는 말씀을 하셨다.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웬만큼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맞는 매가 변했다. 초4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춰서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강 씨는 "애가 목욕할 때 본 적이 있었다. 회초리 자국이 있어서 되게 많이 아내와 싸웠다. 근데 아이 엄마의 성향이 나보다 강하다 보니까 거기서 내가 그냥 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싸워봐야 내가 지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tvN 캡처
준수는 "제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저의 20년 교육 플랜을 짜고 시작했다더라. 그걸 들었을 때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충격받고 섬뜩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다른 살림을 차리자, 엄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어느 순간 준수는 공부도 싫어졌고, 외고 입시에도 떨어졌다. 그때부터 7번 아이언 골프채가 매로 변했다.

이어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졌는데, 피 나면 빨아야 하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빨지도 않고 계속 그걸 입고 맞았다"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이 맞았다"고 털어놨다.

반항도, 가출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자포자기한 준수는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2개월 전, 아빠는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다. 엄마는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사건 발생 3일 전, 밥과 잠이 금지되는 체벌이 추가됐다.

사건 당일, 밤새 9시간 동안 골프채로 수백 대를 맞은 준수는 고통을 참고 의자에 앉았다. 그는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달력에 적힌)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을 보고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엄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처음에는 (안방)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 냄새가 나서 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켜고 살았다. 죄책감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저는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를 압박했을 때,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준수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의 회환과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 애정 등 복잡한 심경이 교차하는 듯 했다.
다만 그의 이같은 고백이 존속살해를 저지른 범죄자에 너무 서사를 부여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자칫 범죄 행위를 가볍게 다루거나 옹호하는 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는 것만 보면 살인사건이 아닌 비행 일탈한 청소년 같다. 범죄자에 서사를 부여하는 건 너무하다”며 “엄마를 죽였는데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게 맞는지 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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