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 신선함으로 택한 100㎏ '복동희'[TF인터뷰]
5시간 이상 특수분장 감행…"한겨울 더웠다"
"'수현인지 몰랐다'는 반응 제일 좋아"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배우 수현에게 '동희'는 특별하다. 동희는 매일 8시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에 붙은 실리콘이 너무 무거워 한겨울에도 땀이 나도 이겨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현을 재발견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 이하 '히어로는')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여성을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다.
수현은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히어로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나도 내가 나오는 장면이 재밌다. 연기적으로 생각할 게 많았고 분장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며 "도대체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이 캐릭터로 어떤 느낌을 낼지 나조차 상상이 안 갔다. 그래서 재밌게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수현은 복귀주(장기용 분)의 누나이자 복씨 집안의 첫째 딸 복동희 역을 맡았다. 복동희는 과거 잘나가던 슈퍼모델이었지만 급격히 살이 쪄 100㎏가 넘는 비만이다. 비행능력이 있지만 몸이 무거워져 하늘을 날지 못하고 주변 남자들은 하나둘 떠나간다.
거구를 표현하기 위해 수현은 매일 5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감행했다. 최대 8시간 걸려 새벽 내내 분장하다 아침 첫 촬영을 들어간 적도 있단다. 그는 특수분장이라는 큰 틀을 알고 있었으나 대본상 캐릭터 설정은 30±였기에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특수분장은 예상했지만 부수적인 장치는 미지의 세계였어요. 긴 시간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고 촬영 중엔 수정 전쟁이에요. 입만 움직여도 (실리콘이) 다 뜨거든요. 한겨울에도 더웠어요. 살이 빠지면서 100㎏ 85㎏ 65㎏ 등 단계가 있어 여기에 따라 분장도 달라졌죠. 같이 한 스태프들을 위해서라도 '잘해야겠다'라는 사명감을 느꼈어요."
동희는 자존감이 높다. 그레이스(류아벨 분)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뺏어가지만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라며 경쟁구도 형성보다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 집안 돈을 남자들에게 갖다 바치고 다이어트를 반복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형형색색의 옷, 스타킹 등 귀여운 액세사리는 동희의 밝은 성격을 극대화한다.
"다들 귀여워하셔서 본의 아니게 분위기 메이커가 됐어요. (특수분장을) 만지고 가는 사람도 있고요. 옷은 런던에서 직접 공수해온 거예요. 실제 몸이 아니기에 신축성이 없는 옷을 입으면 안들어가고 실리콘이 밀리거든요. 옷으로 동희 성격이 잘 드러났고 이건 제가 욕심 낸 부분이기도 해요."
이렇듯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몸 사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현인지 모르고 봤다'라는 반응이 가장 큰 칭찬이라고 밝혔다.
"저를 완전히 동희로 봐주신 거잖아요. 현장에서 '저 배우 누군진 몰라도 성공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동희를 처음 만났을 때 핵심 키워드로 '사랑스러움'을 잡았는데 이를 알아봐 주신 거죠."
동희는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도다해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단서를 찾는다. 그리고 도다해를 믿는 엄마 복만흠(고두심 분), 동생 복귀주와 티격태격한다. 실제로 남동생이 있는 수현은 장기용과 '케미'에서 누나의 감정을 공감했다고 한다. 또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은 덕분에 매 촬영이 '애드리브 파티'였다고 전했다.
"동희가 엄마랑 티격태격하지만 가족을 보호하고 속 깊은 딸이잖아요. 이런 부분이 저랑 비슷해요. 저 역시 남동생과 티격태격해요. 결국엔 동생을 누구보다 아끼는 누나예요. 천우희·류아벨이랑 호흡이 너무 좋아서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우희랑 난간으로 밀치며 웃었던 것도, 아벨한테 식혜 먹여달라고 하는 장면도요. 감독님이 '그다음 컷은 마음대로 하라'고 하실 정도였죠."
극이 흐를수록 동희의 신체는 변한다. '다음 회엔 동희가 얼마나 날씬해질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외적 변화를 보는 게 극의 재미 포인트로 작용한 셈. 가장 눈에 띄는 건 '몸무게'였지만 수현은 '내면 연기'에도 혼신을 다했다.
"뚱뚱한 동희를 했을 때 유쾌한 포인트가 있지만 사실 진지하게 한 거거든요. 막상 분장을 떼고 날씬해진 상태로 똑같이 하니까 너무 심각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더 오버했어요. 연기 방법이 달라져 혼란이 오더라고요. 다행히 감독님이 적응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셨어요. 저 역시 특수분장 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에 상대 배우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니터링을 충분히 했죠."
수현은 진짜 초능력이 있다면 비행보다 부정적인 말을 차단하고 싶단다. 자신의 의지대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힘들 때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저도 자존감이 낮아진 적 있죠. '정체성'을 놓고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들 혹은 외부의 말은 많지만 '나 자신의 내면의 말은 뭐지?' '밖의 말을 차단하고 어떻게 나를 들여다봐야 할까'를 고민해요. 막힌다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살펴보고 마주 보는 편이라 회피형은 아니에요."
세 자릿수 몸무게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모습에 목말라 있다. "다른 캐릭터를 시도하고 싶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요. 항상 새로운 걸 하고자 하는 게 배우의 마음"이라고 고민 없이 답했다. 이어 '히어로는'을 선택한 이유 역시 '신선함'과 '새로운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해외 작품 오디션을 적극적으로 본건 '다양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여기서 동희가 너무 신선하고 와닿았던 것처럼요. 처음엔 '어떻게 동희에 나를 생각했지?'라는 의아함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오로지 저를 믿어줬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니라 엄마·남동생과 관계, 혼자 의심하고 풀어가는 신비스러움, 사랑하는 사람한테 상처받는 여자의 모습 등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죠."
끝으로 수현은 "이번 작품으로 국내외 어느 때보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연기적은 것도 좋은 이야기를 받았어요. 이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라며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동희에게 "너무 특별해. 내가 많이 사랑했고 살이 찌고 빠지고를 떠나 너는 매력 있는 여자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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