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계 집단휴진에 '엄정대응' 경고…막판까지 '정면돌파' 

박숙현 2024. 6.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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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강경 기조 강화…의정 갈등 장기화 
여야 대립에 정치권 해법 논의도 요원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집단 휴진 확산 조짐에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정부도 업무개시명령 발령과 면허정지 처분 추진 등 현장을 떠난 의료진을 압박했다. 지난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의료계에 엄정대응을 경고했다. 윤석열표 의료개혁 핵심과제인 '의대 증원'이 27년 만에 실현을 앞둔 가운데, 막판까지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4개월째 지속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출구는 마련하지 못한 채 정치권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을 강행한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의료계 휴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며 엄정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17일)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있었고 오늘은 대한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자를 저버린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모집요강 발표를 언급하며 "의대 증원 절차가 최종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와 의협이 요구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안 재논의 △전공의, 의대상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완전 취소,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의 제안을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강경 방침에 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전국 개원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총 3만6000곳의 의료기관을 확인해 휴진율 30%를 넘기면 병원 업무 정지와 의사 면허 자격 정지까지 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교수들의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 배상 청구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병원도 압박했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주도한 의협을 향해선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의협이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인 만큼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게 이유다.

의료진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대통령실은 다시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달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확정한 이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며 미복귀 전공의, 의대생 대상 행정처분 적용에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정부도 지난 4일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유화책에도 오히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확산하자 정면돌파 2차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도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1998년 이후 27년 만으로, 의대 증원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로서는 '의료개혁'의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관된 기조로 의료계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의정갈등의 골이 깊어졌지만 대통령실이 해법 마련에는 사실상 손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의료계 참여 없이 '반쪽짜리'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단체 등과 대통령실 및 정부 고위 관계자가 참여하는 '5+4 의정협의체' 구성도 의료계의 거절 이후 사실상 무산됐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메시지와 일정, 대통령실 브리핑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여당에 공을 넘긴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일부가 휴진에 돌입한 17일 서울대병원장 면담과 당정 회의를 열었고, 이날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료파업 현장 긴급점검을 위해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아 병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추 원내대표는 '정부와 의료계에 중재안을 제시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충분히 진상을 파악하고 들은 것을 기초로 정부와 함께 숙의하면서 빨리 의료가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의정 갈등' 해법 모색을 위한 야당과의 협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첫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여야와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꾸준히 제안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선을 긋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간 원구성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 집단휴업 사태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조규홍 장관과 차관의 출석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불참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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