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에 속내 복잡한 민주당..."재정청문회 먼저"

조성은 2024. 6.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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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완화', 일부 개인의 의견일 뿐"
"시대 변하고 상황 달라지면 과세 기준 조정 당연"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 "부자감세"라고 18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촉구' 더불어민주당·중소상공인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종합부동산세 폐지·상속세 인하 등 대통령실이 내놓은 세제개편 방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세수 확충 방안부터 내놓으라"고 받아쳤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종부세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겨냥한 각종 특검법과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 총력에 나선 가운데 민생 정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재정 악화와 세수 결손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재정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종부세 완화 주장에 대해 "당내 일각에 그런 의견이 있는데 개인적 견해일 뿐 당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꺼내든 감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세수확보 대책을 정부가 내놓는 게 급선무"라며 "전날(17일) 최고위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정리한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종부세에 대한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질문에 "(종부세에 대해)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정부가 내는) 세제개편안을 보고 당의 입장을 정해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부가 세수확보 대책을 내놓는 게 먼저라는 것이고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 그런 점들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부세는 국세로 걷지만 전액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재원"이라며 "종부세 완화 조치로 종부세가 크게 줄었다. 과세대상자도 65%가량 줄었고 결정세액도 70%이상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기에서도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타격받았다. 작년 종부세 완화로 올해 지방정부가 지급받아야 할 지방재정 2조6000억 원이 감소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종부세 폐지는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BS <일요진단>에서 '종부세 사실상 폐지 및 상속세 최고세율 30% 인하' 방안을 언급하며 떠올랐다.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정철학에 부합하고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성 정책실장의 발언은)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이지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60%가 전고점 가격의 80% 이상 회복된 가격에 거래됐다. /박헌우 기자

민주당은 이에 대해 즉각 "부자감세"라고 비판했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종부세 완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한강벨트'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구에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서울 중·성동을)·고민정(서울 광진을) 최고위원도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박 수석부대표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종부세 완화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에 내심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과세 기준을 조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종부세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종부세는 노무현정부에서 도입한 정책이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편해왔다. 민주당 지지층인 진보 진영에서 오히려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몇몇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의견을 밝힌 정도"라며 "대다수의 의견도 아니고 당내에서 이를 두고 논쟁이 붙었다거나 논의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추세"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장 종부세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세수결손'에 집중해 대응한단 방침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 상태에 대한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의 재정운영 당국자들을 출석시켜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율되지 않은 정부의 여러 발언들에 대해 진위를 추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그것이 과연 정부 입장인지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정부가 '부자감세'인 상속세 개편과 종부세 폐지 추진을 우리 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먼저 세수 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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