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5] 보령 밴댕이조림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6. 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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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조림

손님으로 가득 찬 술시, 보령시 골목 안 옴팡진 작은 식당이 소란스럽다. ‘상추 좀 더 주세요.’ 단골인 듯한 손님이 목소리가 제일 크다. 대부분 밴댕이조림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다. 옥담시집 만물 편에는 밴댕이는 ‘상추쌈으로 먹으면 맛이 으뜸’이라 했다. 자산어보에 ‘망종 무렵이면 밴댕이가 암태도에서 잡히기 시작한다’고 했다. 당시 망종 무렵 나오는 채소가 상추뿐이지 않았을까. 밴댕이 회, 무침, 탕 심지어 튀김까지 맛을 보았지만 조림은 낯설다. 조림은 살이 도톰한 조기나 병어나 고등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밴댕이 상추쌈

안주인 혼자서 조리, 서빙, 시중까지 들어야 하는 집이라 한참을 기다렸다. ‘상추에 싸서 먹어야 덜 맵고, 비리지도 않아요’라며 바쁜 와중에 먹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밴댕이를 살펴보니 어류도감에 ‘반지’라고 소개된 바닷물고기다. 보령, 강화 등 서해 곳곳에서는 밴댕이라 부른다. 전라도에서는 ‘송어’라고도 한다. 원래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 반지는 청어목 멸칫과의 다른 바닷물고기다. 지역에서 밴댕이라 불리는 반지는 전어가 올라오기 전, 밤꽃 냄새가 진동할 무렵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 유월에 맛이 좋다.

김포 대명포구에서 만난 밴댕이

밴댕이는 수심이 깊지 않고 모래 갯벌이 발달한 신안, 충청, 인천 등 서해 갯벌에서 건간망이나 안강망 등 정치망을 이용해 잡는다. 건간망은 서해 얕은 바다에서 설치하며, 안강망은 영광, 홍성, 대천, 보령, 인천 바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물이다. 건간망은 썰물에만 잡지만, 안강망은 들물과 썰물 두 번, 하루에 네 번 그물을 턴다. 그물에는 원하는 밴댕이만 드는 것이 아니다. 유월에 황석어, 병어, 웅어, 새우, 전어, 숭어, 서대, 낙지 등도 함께 들어온다. 그중에서 값이 좋은 생선만 추려 판매한다. 그래서 ‘바다에서 잡아 뭍에서 돈을 만든다’고 한다. 유월에 돈을 만들기 좋은 생선은 밴댕이와 병어, 가을에는 새우와 꽃게와 낙지가 좋다. 나머지 잡어는 김장용 잡젓을 만든다. 자작하게 조린 밴댕이는 뼈가 쉽게 발라진다. 보기와 달리 양쪽 살 두 점을 상추에 밥과 함께 싸서 먹으면 반찬은 물론 안주로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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