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대화 외엔 답이 없다
강 대 강 대치에 환자들 고통
무기한 휴진에 처벌만 강조
양보·대화로 해결책 마련을
서울대병원이 어떤 곳인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중증환자들에게 최후의 희망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서울대병원이 17일부터 언제 끝날지 모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대 교수, 대학병원은 전공의에 의존하고 있는 현 병원 체제가 잘못됐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공의의 고혈을 빼먹는 방식으로 대학병원이 유지됐던 현실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그간의 노력을 부정당했다고 느낀 전공의들은 병원을 빠져나갔고, 뒤늦게서야 이들의 빈자리를 절감한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돌아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중심 체제를 전임의 중심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이틀에 실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자리를 지키는 한 현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의대 증원을 강행한 듯한데 상황은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 확정으로 전공의들의 복귀와 점증적인 병원 정상화를 기대했던 정부로서도 지금 상황은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당혹스러운 건 당장 진료를 이어가야 하는 의대 교수들일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의대 교수들의 절박함은 이날의 촌극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이 휴진 여파를 우려해 일주일만 휴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전공의들의 비판이 커지자 비대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일주일마다 연장을 검토하는 무기한 휴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안타깝게도 이런 교수들의 절박함 발로는 환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 역시 무기한 휴진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중요 수술과 진료는 계속된다고 하지만, 하루 휴진의 여파도 큰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많은 환자가 고통받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휴진의 불법성과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현 정부의 강대강 대치 국면 조성이 새삼스럽진 않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으로 의·정 갈등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설령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한다고 해도 대학병원 운영이 정상화되는 건 아니다.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의대생들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내년 의대 수업 파행으로 증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우선 제대로 된 대화의 장을 여는 일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가 대화를 거부한다면, 우선 의대 교수들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의·정 간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양쪽 다 조금 양보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위한 공식 창구 운운하거나 원칙만 고수해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미 이뤄진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증원 외에 정부가 양보 못 하거나 대화의 테이블에 못 올릴 사안이 있을까 싶다. 의료계, 특히 의대 교수들의 협조 없이 현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교수들 역시 올해 의대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의대 증원 규모가 잘못 산정됐다면, 향후 대화를 통해 합리적 증원 규모를 도출하고 조정해 나가면 된다.
의사와 정부의 대립으로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의사도 정부도 결국 국민을 살리자는 것 아닌가. 양측의 대립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엄형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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