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라일리라는 한 사춘기 소녀의 감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리고 있지만, 어딘지 우리네 한국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자족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이제는 불안과 부러움에 휩쓸리기보다 그 감정들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이는 보다 성숙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난 아직 부족해.”
―켈시 만 ‘인사이드 아웃2’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게 하고 그래서 대비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부러움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내 보다 성숙한 나로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감정들이 과해질 때다. 과도한 불안은 그 사람의 영혼을 잠식해버리기도 하고, 과도한 부러움은 자기비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디즈니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는 바로 이 불안과 부러움 같은 감정들이 야기하는 사건들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의 감정 제어 본부에 생겨난 변화로 시작한다. 불안, 부러움, 따분, 당황이라는 새로운 감정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기쁨이를 비롯한 기존 감정들을 내쫓은 후 본부를 장악해버린다.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의 리더가 불안이라는 점은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들이 갖는 불안감을 잘 표현한다. 불안이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라일리의 자아를 멀리 보내고, 대신 ‘난 아직 부족해’라는 새로운 자아를 세워놓는다. 뭘 해도 부족하게 느끼는 열등감은 라일리로 하여금 과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끝내는 폭주하게 만드는데, 라일리는 그래서 끝없이 “난 아직 부족해”라고 속으로 되뇐다.
이 이야기는 라일리라는 한 사춘기 소녀의 감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리고 있지만, 어딘지 우리네 한국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잘 살기 위해 생존경쟁하듯 노력해 압축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그 관성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자족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이제는 불안과 부러움에 휩쓸리기보다 그 감정들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이는 보다 성숙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언론 ‘애완견’은 학계 용어” vs 학계 “국내선 안쓰는 말”
- 정부 “전체 의원 휴진율 14.9%…4년 전 절반 수준”
- [단독]“삼성에 폭발물 설치”… 법원·경찰 등 600여명에게 발송된 테러 이메일
- 러 “北과 서방통제 없는 결제체계 구축”… 제재 무력화 노력
- 최태원 측 “오류를 기초로 판단했는데도 판결에 영향 없는지 의문”
- [단독]경찰,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중대장 구속영장 신청
- 암슬러 격자 점과 직선이 비틀려 보인다
- 눈물 보인 박세리 “은퇴 후 父 채무 문제 해결…더는 관여 안할 것”
- 검찰, 김호중 구속기소…음주운전 혐의 적용 못해
- 내일 제주부터 ‘최대 200㎜’ 장마 시작…내륙은 당분간 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