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러, 서방 통제 안 받는 결제체계 구축”
노동신문에 ‘동반자 관계’ 기고
미국에 “신식민주의 독재” 비난
“북과 유라시아 안보 건설” 주장
출국 전 전략동반자협정안 승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북한 공식 매체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방북에 맞춰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양국 관계의 발전을 선전한 것이다. 이날 노동신문 1면에는 푸틴 대통령이 기고한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푸틴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국가방문을 진행하기 전에 나는 우리 국가들 사이 동반자적 관계의 전망과 그것이 현 세계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하여 조선과 해외의 로동신문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며 양국 친선·선린 관계가 70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중 기준에 기초한 세계적인 신식민주의 독재”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 그 추종국들은 저들의 목적이 로씨야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는 데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로씨야는 어제도 내일도 교활하고 위험하며 침략적인 원쑤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영웅적인 조선 인민을 지지하였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며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양국 고등교육기관 간 과학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 문화·교육·청년·체육 분야 교류 등 도 발전시킬 것이라며 “두 국가 공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에 이바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를 강조한 것은 양국 간 무역 거래를 러시아 루블화 기반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4년 무역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지만 루블화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북·러 교역 규모 자체가 작았고 북한도 달러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비판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도 눈에 띈다. 미국을 “신식민주의 독재(국가)”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자주정책을 펴는 나라들”을 “세계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간 것은 러시아가 현재 하고 싶은 말,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가 밀착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미국의 위협으로 둔 것”이라고 했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경우처럼 미국에 대해 부당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봤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군사협력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최소한’의 무기 기술지원만 하려는 뜻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푸틴 대통령이 직접 기고문을 낸 것은 처음이다. 북·러 밀착의 명분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찾으면서, 양국 간 교류가 북한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국 정상이 노동신문에 기고한 것은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국빈방문을 앞두고 기고문을 게재한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1박2일 머물 예정으로, 이날 밤 북한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 방북은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정상회담은 19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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