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식주 물가, 주요국 1.6배…통화정책으로 대응 불가"
한국은행이 한국의 높은 물가 수준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한국의 물가 수준을 나눠 보면 의식주 물가는 주요국 평균의 1.6배에 달하지만 공공요금은 주요국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18일 한은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자료에서 한은은 한국의 현 물가 수준을 우선 평가한 후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논했다.
한은은 우선 한국의 전체 물가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195개국 민간소비지출 자료(2021년 기준)를 바탕으로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다만 품목별로 개별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반대로 현저히 낮은 품목이 많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더 구체적으로 품목별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할 때 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한은의 연구 결과를 보면, OECD 평균(100) 대비 한국의 의류·신발은 150이 훌쩍 넘었고 식료품도 150이 넘었다. 즉 OECD 평균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가전제품과 주거비도 100을 넘겨 OECD 평균보다 비싼 편이었다. 특히 한은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세계 생활비 비교 데이터베이스인 넘베오(Numbe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PIR은 상하이, 호치민, 마닐라, 베이징, 방콕, 홍콩 다음으로 높았다.
더 구체적으로 세부품목의 OECD 평균 대비 가격수준을 보면, 사과는 3배 가까이 비쌌고 돼지고기와 감자는 두 배를 넘었다. 티셔츠, 남자정장 가격, 골프장이용료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쇠고기, 오렌지, 오이, 원피스 가격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의약품, 대중교통요금, 통신비, 외식비도 OECD 평균 이하였다.
한은은 "이러한 가격격차가 과거에 비해 더 확대했다"며 "식료품·의류가격 수준은 1990년대 이후 더 상승하였으며 공공요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식료품가격은 1990년 OECD평균의 1.2배 수준에서 작년 현재 1.5배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공공요금의 경우 1990년 OECD평균의 0.9배 수준에서 최근 0.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처럼 개별 품목에 따라 OECD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로 생산성과 개방도의 차이, 거래비용, 정책 지원 유무 등을 꼽았다.
우선 한은은 국내 식료품 가격 급등세를 견인하는 과일과 채소가격이 비싼 원인으로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인구당 경작지가 매우 작고 영농규모도 영세해 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에서 27위에 머무를 정도로 하위권이라는 설명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 수입이 어렵고 운송비가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과 채소 공급이 어렵다는 점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생산농가는 영세한데 반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는 시장지배력이 강해 이들로 인한 유통비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농수산 도소매업의 일부 기업 독과점은 실제 식료품비를 끌어올리는 최근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돼 왔다.
의류가격이 비싼 주요 이유로는 고비용 유통구조에 더해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도 꼽혔다.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가격차별화를 취하는 점 등이 해당 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공공요금은 정부의 물가정책 영향으로 인해 주요국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이처럼 한국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며 한은의 통화 정책만으로 이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충격에는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완화시키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와 같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농산물의 경우 영농 규모화를 추진하는 한편 수입선을 확보하는 등 공급채널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고 가격투명성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도 한은은 지적했다.
공공요금의 경우 단계적인 정상화, 즉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전했다. 다만 그로 인해 부담이 커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선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한은은 조언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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