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갑질' 탓하더니 '공무원 갑질' 더하네

대전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의 갑질 제보 영상['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공무원들이 공무원 신분을 앞세워 갑질을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온 터라 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대구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대구 중구청 직원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지난 7일 중구청 직원 일행이 가게 바닥에 일부러 맥주를 붓고 자신의 아내에게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구청 직원 일행은 바닥에 맥주를 일부러 쏟은 뒤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 모르는 사람 없다"며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혼부부인 저희에게 한 줄기 희망조차 안 보인다"며 "너무 속상하고 무서워서 하소연해본다"고 적었다.

당시 맥주를 쏟은 공무원을 포함해 일행 4명 모두 중구청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중구청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17일 청주시에서는 문의문화재단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 공무원들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10여년간 점심 식사 준비를 시켰다는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문의문화재단지 공무원 4명은 각자 10만원씩을 걷어 기간제 근로자에게 주고, 점심을 준비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제 근로자는 70대로, 그의 업무는 청소 등 시설물 환경정비인데 업무와 관련 없는 식사 준비를 했다. 또 그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임에도 점심 식사 준비를 위해 출근 전 식재료를 구입해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 전까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설거지 등 뒤처리 등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간제 근로자 이전에 근무했던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10여년간 점심 식사를 준비해 왔다. 공무원들은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고, 매번 배달이나 도시락을 준비하기 힘들어 점심을 준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해당 기간제 근로자는 식사 준비에 불만이나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카페 손님이 음료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음료를 내던지는가 하면 자신을 '시청 직원'이라 칭하고는 갑질 행패를 부렸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손님이 음료를 내던지는 당시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또 지난 9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카페에서 의정부시 산하 공기업인 의정부도시공사 직원이 '음료 맛이 이상하다'며 음료컵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업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에 대해 하소연하는 글을 올렸는데, "'나 A시청 직원인데 너 영업 못하게 해줄게. 각오해'라며 끊임없는 욕설과 CCTV 없는 곳으로 와 보라고 했고 음료를 저한테 던졌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