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손에 쥐는 건 그대로…산입 범위 정상화를”
대학 청소노동자 근무 단축
“물가 뛰는데 월급은 줄어”
요양보호사 “기본급 줄어”
‘노인은 제외’ 여당 주장에
“황당…적용 대상 늘려야”
“물가는 마구 뛰는데 최저임금은 기어가듯이 오르니, 올라도 오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성공회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박은자씨가 18일 ‘최저임금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21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모인 연대체 ‘올려! 바꿔! 최저임금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산입 범위 정상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증언대회를 열었다.
박씨는 “성공회대에서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오히려 임금이 줄었다”며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총액은 여전히 200만원이 안 된다. 우리처럼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 드라마 제작 등 방송 현장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방송사에 귀속돼 일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방송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준형씨는 “최근 참여했던 드라마에서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일급 15만원을 받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택시비·식비를 쓰면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에는 드라마 쪽 일이 끊기면서 프리랜서 동료들은 아르바이트나 택배 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시립중계요양원에서 돌봄노동자로 일하는 이은복씨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넓어지면서 요양보호사들의 기본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결핵 등 전염병에 항상 노출되고 돌봄 대상들의 폭행과 폭언 등을 견디지만 임금은 변함이 없다. 헌신하다가 골병만 들겠다”고 말했다.
2018년 통과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으로 산입된다. 지난 1월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계산에 반영하는 비율이 100%로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태현 퇴직자노조 이음나눔유니온 정책위원장은 “노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인들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발상이 황당하다”며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65세 이상 노동자 고용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업종별·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고령 노동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 건의안을 발의했다.
공동행동 측은 “저임금과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원상회복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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