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열받고 인간 상담사에 화풀이‥짙어진 감정노동
[뉴스데스크]
◀ 앵커 ▶
AI의 빠른 발전을 우려할 때 인간과의 일자리 싸움 이야기는 꼭 나오죠.
그런데 불완전한 AI 서비스 탓에 일을 뺏기는 게 아니라 더 떠안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AI 상담원을 도입한 은행 콜센터의 상황은 어떤지, 김윤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당장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듯했습니다.
지난 겨울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 240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AI 상담 서비스 도입으로 콜센터 전화량이 20%가량 줄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었습니다.
논란 끝에 용역업체끼리 고용을 승계해 해고를 막았지만,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요즘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ARS가 전화를 받습니다.
먼저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화면을 띄웁니다.
[이희원/시민]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할 만했어요. 놀랍거나 하진 않았어요."
'스스로 해결법'을 거절하면 AI 상담사가 등장합니다.
"안녕하세요. AI 상담사‥"
"제가 돈을 잘못 보낸 것 같은데요."
AI 상담사에게 또박또박 해결책을 요구하면 인간 상담사가 등장합니다.
운이 좋으면 3분 만에 연결되지만 상담 많은 날은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김용만] "화면을 봐도 내용이 없어요. 제가 궁금한 내용이 없어서 통화를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콜센터 상담사들은 AI 기술이 자신을 대체할까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일을 덜어주길 기대했습니다.
[김현주/콜센터 상담사] "우리도 숨통을 틀 수 있고 고객님들 전화 왔을 때 바로 막 끊으려고 하지 않고 충분한 안내를 해드리고‥ AI로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하는 기대가 사실 있었어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챗봇과 AI 상담원 때문에 화가 난 고객들이 콜센터 직원들에게 불만을 퍼붓는 겁니다.
[상담전화] "'콜봇'하고 통화할 것 같으면 아가씨들이 뭔 필요가 있어! 아가씨들 다 모가지 돼야지.<예, 그래서‥> 신경질 나게."
일이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5년 사이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17% 감소했습니다.
콜센터 업무는 그만큼 늘어났는데요.
특히 예민한 대출 관련 업무는 AI가 처리하다 콜센터로 넘기기 일쑤입니다.
[권금정/콜센터 상담사] "대출 연장 안내해 드리려고 AI가 전화 하잖아요. 예 아니오만 대답을 해야 돼요. <잠깐만요 하면요?> 그렇게 하면 바로 상담원을 연결해 버려요. 연장할 거면 예예예 하고 끊어야 해요."
요즘 같이 대출 금리가 높을 때, 가장 어려운 추심 업무도 AI가 아닌 인간이 담당합니다.
보이스피싱이 워낙 기승을 부리다 보니 AI를 믿지 못하고 인간 상담사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현진아/콜센터 상담사] "계속 AI로 연결되니까 '상담사님 이게 아니라는 거죠?' 이거를 계속 확인하고 싶으신 거에요."
불완전한 AI가 아직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지만, 그 빈틈을 대신 채워야 하는 인간의 노동이 더 어렵고 복잡해지는 겁니다.
[김관욱/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결국, 상담사분들이 해결해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감정노동의 수준이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간과 AI 기술의 공존.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땀과 눈물, 노동이 숨어있었습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 이종혁·김승우 / 영상편집 : 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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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09149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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