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금투세·종부세·상속세의 세 박자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은 금융투자소득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재산세로 통합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면서 유산취득세 또는 자본이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밝혔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다. 생애에 걸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세금의 총량과 세목별 부담의 크기는 각국의 조세제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소득과 소비 활동에서 세금을 적게 내면, 재산을 보유하거나 상속하는 단계에서는 더 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기회의 평등은 물론 절차의 공정성도 위협을 받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구 자산의 부동산 비중이 큰 상황에서 주택가격의 상승은 부의 격차를 넓히는 주범이고, 부동산시장은 금융시장의 자금흐름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바로 세우고, 종합부동산세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며, 상속세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첫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세우고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 초과로 높였다. 대주주 기준은 종목별로 적용하기 때문에 코스피 주식 20개 종목에 각각 50억원씩 투자할 경우 주식보유금액이 총 1000억원에 달하지만,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반면에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융자산의 거래로 발생한 양도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미국 15~20%(단기 보유 시 최대 37%), 일본 20%, 프랑스 30%, 독일 30.5%의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 자본의 해외이탈로 주식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더욱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5000만원의 기본공제와 함께 손익통상과 이월공제를 적용하므로 소액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다. 또한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집합투자기구(펀드)의 분배이익은 배당소득으로 일원화되어 여전히 종합소득세율(최대 49.5%)을 적용받는다. 대만의 특수성으로 인한 금투세 도입의 실패사례만을 부각하기보다는 1990년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식양도차익 전면 과세에 성공한 일본의 경험을 균형있게 참고하여 금투세의 도입이 안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종합부동산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종부세의 목적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를 확대했고,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해 지난 5월 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 주택분 종부세 세율 인하,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조정, 다주택자 중과배제 주택 추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공제액 인상 등 종부세 완화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23년 종부세수가 전년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하면서 지방정부에 배분되는 부동산교부금도 그만큼 줄어들고,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주택매매가격도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셋째,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지만, 다양한 공제·감면 제도로 2022년 피상속인 중 상속세 납부자는 4.5%에 불과하고, 과세대상 재산도 큰 폭으로 축소되어 상속세 실효세율(결정세액/상속세 과세가액)은 14.7%에 불과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에 근접한 47.2%의 실효세율을 적용받은 피상속인은 상속재산이 500억원을 초과한 26명(0.16%)에 불과했다. 소수 지분으로 기업지배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오너 일가의 주식에 적용하는 20%의 할증과세는 여전히 타당하다. 기존의 세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면 상위자산가 계층의 세 부담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소득세 및 소비세제의 개편과 연계하거나 세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율 체계의 개편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산과세는 높은 거래세 비중으로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소득세와 소비세는 평균을 밑돌고 있다. 자산과세 완화로 부의 세습과 집중이 심화되면,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계층 간 갈등은 더해져 미래 한국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부세와 상속세는 생애세 관점에서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하고, 그 출발점은 ‘금융투자소득세’의 조속한 시행이어야 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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