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이란 권력 구도 어떻게 될까
오는 6월28일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란의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차기 14대 대통령 선거는 원래 2025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1년 앞당겨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란은 중동에 몇 없는, 국민들의 손으로 뽑는 직접선거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그중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최고위직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이번 대선에도 여성을 비롯한 80명이 후보로 출마했으며,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6명의 최종 후보 명단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 온건개혁파로 구분되는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 에스하그 자항기리 전 부통령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란은 원칙적으로 직선제를 따르고 있지만, 헌법수호위원회라는 이슬람 혁명 수호를 위한 핵심 통치기관을 통해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급진개혁파 후보들을 애초에 배제시키는 것이다.
이번 조기 대선에 최종적으로 선정된 6명의 후보 중 보건부 장관을 지낸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만이 온건개혁파이고, 5명은 모두 보수파로 분류된다. 최근 이란 국내 여론조사로는 전 핵협상 수석대표였던 외교관 출신 사이드 잘릴리 후보,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현 국회의장이자 전 테헤란 시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 그리고 개혁파 페제시키안 후보 순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잘릴리 후보는 강경보수파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혁명수비대와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권력 구도에서 대통령은 서열 2위이다. 군 통수, 행정, 사법의 최고결정권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어떤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지는 이란의 권력 구도 변화에 큰 영향력이 없다. 라이시 전 대통령은 보수파들의 높은 지지와 하메네이의 강력한 신뢰를 받아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이에 차기 대통령 선출은 이후 최고지도자 계승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이란의 미래와 권력 구도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이란 국내외 정치와 외교적 상황은 살얼음판이며, 이란 내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져, 지난 3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1%를 기록했으며, 테헤란은 34%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나타냈다. 당시 ‘국가를 위해 영광스러운 날’로 만들자며 라이시 대통령은 투표를 독려했지만, 국회의원들의 부패·무능함과 더불어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의 여파는 국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란 역시 직접적인 분쟁에 휘말리면서 이란 대통령 선거는 지정학적 위기와 내부 불안 요소들이 가득한 민감한 시기에 실시된다. 이란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적 무능에 실망해 낮은 투표율로 보이콧을 할지, 아니면 지난 3월 변화를 갈망하며 야당에 표를 던진 튀르키예 국민들처럼 목소리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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