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어 '빅5'로 확산하는 무기한 휴진…의협도 27일 가세(종합2보)
의협 "정부가 요구 거부하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쉽지 않아" 의견 분분
국립암센터 전문의들 "투표서 절반 동의…현 상황 지속되면 휴진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빅5' 병원을 중심으로 무기한 휴진 움직임이 확산하는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대병원이 이미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선 가운데 주요 상급종합병원 교수도 가세하면서 투쟁의 동력을 키우는 분위기다. 의협 역시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휴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상황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의료계에서는 개원의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은 데다가 교수들 역시 현실적으로 기약 없이 휴진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의대 교수에 이어 의협까지 가세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휴진이 예상외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세브란스·아산 이어 가톨릭·성균관의대 무기한 휴진 논의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내부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각각 고민 중이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추가 휴진에 대해 논의한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포함한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최용수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무기한 휴진 등 추가 휴진을 논의 중"이라며 "정부는 2025년도 의대 모집인원 재조정,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관련한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 등 대승적·공익적 조치를 빠르게 취해달라"고 밝혔다.
이로써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다섯 곳 모두 의협의 18일 전면휴진과는 별개로 휴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이미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해 이날 이틀째를 맞았다. 서울대병원은 무기한 휴진 첫날 하루에만 외래 진료가 27% 감소했다.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할 방침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동참한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도 의협 집단행동과는 별개로 교수 비대위 차원의 추가 휴진을 선언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휴진을 연장할지는 정부 정책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교수들은 휴진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은 유지한다. 휴진은 정규적인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빅5 외에도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는 전문의들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전면 휴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대위는 성명에서 "설문 응답자 110명(전체 148명) 중 49.5%가 정부 방침에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제외한 전면휴진을 고려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대위를 중심으로 휴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 100시간에 육박하는 진료를 감당해 여력이 없는데도 추가적인 인력이나 예산 지원 없이 국립암센터 병상을 확대 가동하겠다는 정부 탁상행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6일 암 환자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치로 가동하도록 했다.
의협, 총궐기대회서 "정부가 요구 거부하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의협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정부의 독재에 맞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의료를 반드시 살리자"고 역설했다.
의협은 ▲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내걸고 전국에서 집단휴진과 함께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초 의협은 집회 참가인원을 2만명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5천∼1만2천여명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준비안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궐기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휴진을) 진행할 것"이라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 전에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거고, 그런데도 정부가 위협만 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20일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범대위 공동위원장으로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확답은 받지 못한 상태다.
최 대변인은 "공동위원장 자리에 전공의 대표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며 "그냥 위원 중에 한 사람이 아니라, 임 회장과 공동위원장을 맡게끔 해 같이 논의하자는 의견을 계속 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휴진이 의료대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았으나, 일부 환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전에 휴진 공지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찾아갔다가 허탕을 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서울 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은 정상 가동됐으나, 일부 환자의 진료와 수술이 조정됐다.
현실적으로 '무기한' 쉽지 않아…의료계서도 의견 분분
빅5 병원에 이어 의협까지 무기한 휴진을 거론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무기한' 휴진이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애초 병원장 등이 집단휴진 불허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데다가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민 전반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동네에서 지속해서 병원 문을 닫으면서 무기한 휴진에 앞장서기도 쉽지 않다. 이미 휴진 병원에 대한 '불매운동'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 난치질환이나 투석·분만 환자 등에 대한 진료는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하루 수천 명에 달하는 환자를 가려 받는 것도, 진료를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환자 불편 등을 이유로 무기한 휴진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견해가 나온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지금은 일단 일주일보다 더 (휴진)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 무기한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의 발언이 확산하면서 휴진이 예상보다 이르게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져나갔지만, 비대위가 부랴부랴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정정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병원 경영진의 허가도, 내부 직원들의 협조도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루 진료를 변경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주일 정도가 최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 전반이 들썩이는 만큼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해 무기한 휴진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 대변인 역시 의협이 무기한 휴진을 발표한 배경에 교수들과의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기한 휴진이 의대 교수들과는 협의가 된 내용이냐'는 질문에 "협의해 오늘 발표한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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