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배트맨 비긴즈’ 주연은 음바페
오스트리아전서 ‘코뼈 골절’ 부상
“마스크 착용하고 남은 경기 출전”
2002년 김태영·2022년 손흥민…
상대 압박·투혼 이미지로 남아
유로 2024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최악의 순간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18일 오스트리아전(1-0 승)에서 코뼈 골절로 쓰러진 프랑스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26·레알 마드리드)는 대표팀으로 돌아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스크(안면보호대)로 좋은 아이디어 없나요?”라는 글을 올렸다(아래 사진).
음바페는 이날 후반 39분 프리킥 찬스에서 헤더를 시도하다가 상대 수비수 케빈 단소(랑스)의 어깨에 강하게 부딪혀 코를 다쳤다. 코피를 쏟아낸 그는 교체돼 인근 병원에 후송됐다. 다행히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피했으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작지 않은 부상을 당했다. 자칫 유로 2024 조별리그 최고 빅매치로 꼽히는 22일 네덜란드전, 26일 폴란드전 모두 출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음바페는 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음바페는 프랑스 대표팀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쪽 눈 주위와 광대뼈, 콧등을 가리는 형태인 마스크는 충격을 흡수해 부상 재발 혹은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김태영이 코뼈 골절에도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마스크 덕분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배트맨’이 떠오른다는 이유로 배트맨 마스크로도 불린다.
선수들 사이에선 이 마스크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경기력만 따진다면 아무래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불리하다. 카본 소재라 가볍지만 마스크를 쓴다는 것 자체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야까지 가리는 경우가 많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를 써 화제를 모았던 손흥민(토트넘)은 “분명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경기할 때와는 다르다”며 “공이 내게 오는 상황에서 마스크 때문에 공을 볼 수 없어 짜증이 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 마스크가 주는 안정감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다. 3년 전 유로 2020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뛰었던 독일의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는 부상 회복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으로 선수에게 더해지는 투혼의 이미지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에게도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손흥민은 카타르 월드컵 당시 “(경기에 뛸 수 있는)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말했고 이는 유럽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BBC는 손흥민이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뒤 그에게 검은 망토, 마스크를 착용한 배트맨과 합성한 이미지로 찬사를 보냈다.
음바페의 SNS에도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몰려든다. 특히 한 팬이 추천한 ‘닌자거북이’ 마스크는 SNS를 달구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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