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극좌 뿐인데, 뭘 선택하라는건가”...선거 앞두고 증시 6% 폭락한 ‘이 나라’
극우 국민전선 32% 지지율로 1위
마크롱 집권당 17%...3위 그쳐
재정대안 없이 포퓰리즘 정책 남발
극우 “240억유로 생필품 부가세 인하”
좌파 “임금 14%↑, 식품가격 등 동결”
정치 불안이 가중되자 유럽 1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프랑스 증시는 일주일 새 6% 이상 폭락하며 2580억유로(약 356조원)를 증발시켰고 영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의회에 계류되어 있던 혁신법안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총선 급브레이크’가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극우정권과 연대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파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RN)이 지지율 1위를 달리자, 급진적인 경제정책을 우려해 사전접촉에 나선 것이다. FT는 프랑스 기업들이 극우파에 대항해 좌파정치권에서 내놓은 증세와 임금인상, 제품가격 동결같은 조치보다는 감세와 반이민 정책이 오히려 낫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RN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철회를 시사하며 생필품과 에너지가격에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관련 재정비용만 240억유로에 달한다. 또 유럽연합(EU)규칙에 반하는 ‘프랑스 기업에 대한 정부조달시장 참여 특혜’까지 예고했다.
이에 대응해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도 연금개혁 폐기공약에 동의하며, 공공부문 급여향상과 혜택 상향 및 최저임금 14%인상안을 내놓았다. 생필품과 식품,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고 부유세를 재도입할 방침도 밝혔다. FT는 극우파, 극좌파의 포퓰리즘 공약에 재정마련 대안은 없으며, 좌우파 모두 마크롱 대통령의 기업친화적인 정책과의 단절을 원하는 만큼 경제계 리더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죽하면 극우파의 경제정책은 백지에 가깝고, 극좌파의 소신은 ‘프랑스가 자본주의 체제를 떠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FT와 인터뷰한 프랑스의 한 상장사 CEO는 “전염병과 콜레라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지난 15일 프랑스 연론조사 기관인 엘라브폴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 이후 전국적인 파시즘 반대시위에도 극우파 RN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RN은 당지지율 32%로 선두를 보였고,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가 26%로 2위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집권여당 르네상스당 연합(앙상블)은 17%에 그치고 있다.
중도우파 집권당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좌우를 공격하며 중도층 결집을 유도했다. 아탈 총리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우나 극좌의 승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앙상블”이라며 “양 진영 모두 자금 마련 책도 없이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처럼 실현 불가능한 것들을 약속하지 않는다”며 책임 정치를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증시는 지난 일주일새 6%이상 급락하며 2580억달러(약 356조억원)가 증발했다. 국채 금리도 요동치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201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카이로스파트너스의 알베르토 토치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3~4주간 불확실성의 시기에 있으며 불행히도 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동·아프리카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 체육계는 극우정당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프랑스 이간 레퀴프에는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200명의 호소가 실렸다. 체육인들은 “스포츠에 열정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극우 발호에 맞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오스트리아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와 분열을 부르는 생각에 반대한다”며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일 경기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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