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생활은 담백한 물빛의 평화…시는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 기도”
“일생의 화두가/ 언제나 그리움이어서/ 삶이 지루하지 않고/ 내내 행복할 수 있었다고!”(‘그리움’ 중에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빨간색의 동그란 기쁨/ 딸기 한 개/ 매끈거리는 달콤함/ 포도 한 알”(‘딸기와 포도처럼’ 중에서)
이해인 수녀는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소중한 보물들>(김영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두 편의 신작시를 낭송하며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움’은 ‘행복’으로 치환되고,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금식 후 먹는 과일 한 쪽은 ‘황홀함’으로 남았다. 스스로를 ‘기쁨 발견 연구원’이라 칭하는 그의 글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이정표 삼아 ‘희망’ ‘환대’ ‘명랑’ ‘위로’의 삶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소중한 보물들>은 이해인 수녀가 성베네딕도 수녀원 입회 6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단상집이다. 이해인 수녀의 단문, 칼럼과 신작 시 10편이 담겼다. 단문과 칼럼은 그가 수녀원에 들어가 지금까지 쓴 노트 184권에 담긴 이야기들에서 추렸다. 어머니의 편지, 사형수의 엽서, 첫 서원 일기, 독자들과의 정담 등을 비롯해 친구 수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 법정 스님과의 일화, 김수환 추기경의 서간문,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등 세상을 떠난 인연들과의 추억도 담겼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60년의 수도생활에 대한 소회를 묻자 “담백한 물빛의 평화”라고 답했다. “늘 푸른 소나무 같은 평상심인데요. 밖에 바람이 많이 불어도 내 안에 중심이 있어 흔들림 없는 마음입니다. 수도생활 60년이 준 선물입니다.” 그의 평상심은 모든 것에 무심한 마음이 아니라, 모든 것에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는 함민복 시인의 책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를 언급하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일가친척이라는 말을 화두로 삼고 모든 사람을 보물로 생각하게 됐다. 수도생활은 인내·절제의 수행이 많지만, 사랑을 넓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반 세기 이상 수도생활을 하다보니 광안리 바다처럼 사랑을 넓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8년 대장암이 발병해 투병생활을 해온 이해인 수녀는 ‘명랑투병’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역경과 시련을 그냥 마주하기는 아까우니 이를 역이용해서 축복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암이라는 고통, 또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등 모든 것들을 축복의 기회로 삼아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이도록 실제 생활에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별명 중 ‘흰 구름천사’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구름천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50년 가까이 시를 쓰니 시가 나를 대신해 동서남북으로 날아다니면서 흰 구름천사 같은 역할을 했다”며 “나에게 시란, 모든 인생의 이야기를 하나의 상징언어로 풀어낸 기도다”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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