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겪고도… 침수 대비태세 바뀐 게 없다 [뉴스 투데이]

배민영 2024. 6.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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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감사원이 공개한 홍수 발생 시 지하차도 안전 실태는 지난해 7월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음을 재확인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하차도 침수에 대비한 안전 기준 마련에 소홀했고, 침수 시 터널 진입 차단 및 대피를 위한 시설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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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안전실태 조사 결과
온난화로 매년 폭우 잦아지는데
터널 등 320곳 피난·대피시설 ‘0’
정부, 청주시 차단시설 설치 요청
참사 전까지 ‘2년간 거부’ 드러나
당국, 뒤늦게 “후속조치 이행중”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홍수 발생 시 지하차도 안전 실태는 지난해 7월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음을 재확인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하차도 침수에 대비한 안전 기준 마련에 소홀했고, 침수 시 터널 진입 차단 및 대피를 위한 시설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시가 참사 발생 2년 전부터 해당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이 높다고 보고 진입 차단 시설 설치 지원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7월16일 미호천 제방 붕괴 및 범람으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와 특전사 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참사로 버스 등에 타고 있던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관리하는 전국 지하차도(1086개) 중 하천 범람으로 인해 침수될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는 182곳에 달한다.
지하차도가 침수에 취약한 이유는 진출입로에 비해 터널 내부 구간이 땅속 깊숙이 들어가는 구조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주변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많은 양의 물이 갑작스럽게 지하차도로 유입될 경우 배수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침수를 피하기 어렵다. 운전자가 탑승한 차량들이 지하차도 내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침수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감사로 159개 지하차도가 침수 위험에 따른 진입 통제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었고, 터널 내부(163곳) 및 진출입로(157곳)에 피난 및 대피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행안부는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터널에 진입 차단 시설을 설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 40건 중 17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참사가 일어났던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의 경우 청주시가 2020년과 2021년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감사원은 “침수 위험성을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행안부가 전문가들의 주관적 관점과 경험에 기반해 평가를 한 결과로 조사됐다”고 했다. 행안부는 지난해가 돼서야 청주시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그해에 참사가 발생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진행 과정에서 서울 소재 신용산 지하차도와 화곡 지하차도, 고척 지하차도에 진입 차단 및 대피를 위한 안전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참사가 발생했던 청주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선 “안전시설이 마련되고 있는 중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2022년에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의 냉천이 범람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8명이 숨졌고, 포항제철소도 물에 잠겨 가동이 중단됐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심화로 매 여름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수해의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이 하천 범람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제방이 무너져 도심지가 침수되는 등 기존의 안전 대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도 속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안부 등은 뒤늦게 하천 범람 예방 및 지하차도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17개 지하차도 중 재요청을 받은 10곳에 대한 진입차단시설 설치 지원을 완료했으며, 지적받은 전국 159개 지하차도에 대한 통제기준도 모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배민영·정재영·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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