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오늘도 물 먹었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기자가 못 갈 곳이 없다지만, 그게 바닷속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는 바다가 일터로는 꽤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다를 ‘출입처’로 삼아 겁도 없이(?) 누비는 기자들이 있다. 오한과 패닉, 뱃멀미에 허리디스크가 터지는 고통을 겪어도 그들이 물속에 뛰어드는 이유는 하나, “직접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상전문기자인 서동균 SBS 기자가 바다에 관심을 가진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후변화 보도를 하면서 해양 생태계 문제 등을 다루다 보니 자연히 바닷속 세계가 궁금해졌다. 마침 회사에 수중촬영팀도 있겠다, 바닷속을 직접 취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회사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스킨스쿠버 자격증부터 땄다. 그 뒤로 1년에도 몇 번씩, 국내는 물론 호주의 바다에도 뛰어들어 기후변화가 바다에 미친 영향을 탐사하고 있다.
KBS제주총국의 문준영 기자는 이미 수도 없이 물속에 들어갔고, 요즘도 폐어구에 걸려 희생되는 해양생물 취재를 위해 바다에서 살다시피 하는 중이다. 대학 시절 다이빙 오픈워터(입문) 자격증을 딴 그는 3년 전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바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2년 전엔 제주 바다 전역을 취재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린 다큐멘터리 ‘민둥바당’을 제작해 제주도기자협회가 주는 제주도기자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준호 MBC강원영동 기자도 얼마 전 처음으로 바닷속 취재를 경험했다.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 조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원인을 추적하는 한편, 바닷속 모습을 직접 살피기 위해 사비로 장비를 구입하고 교육까지 받아 가며 첫 수중취재를 감행했다. 다이빙이라곤 “동남아에서 관광상품으로 한 번” 해본 게 전부인 그가, 전문 다이버가 대신 촬영해준다는데도 굳이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까지 물에 들어간 이유는 단순하다. “기자라는 게 의심이 많잖아요. 눈으로 봐야 믿을 수 있죠.”
문준영 기자도 “남이 찍어준 것과 눈으로 보는 건 진짜 다르다. 눈으로 봐야 기사가 디테일하고 표현도 정확해질 수 있다”며 “계속해보니, 직접 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중 취재는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이준호 기자는 지난 4월 강원도 바다에 들어갔다가 생각지 못한 추위에 “패닉”을 경험했다. 바다는 한 계절이 늦어 “밖은 봄인데 물속은 겨울”인 걸 몰랐던 탓이다. 서동균 기자는 지난해 호주 산호초 군락지를 취재하러 배를 타고 나가는 동안 심하게 뱃멀미를 앓은 적이 있다. 원칙적으로 입수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취재기자가 안 들어가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토하면서 들어갔다 스탠딩 하고 또 토하기”를 반복했다. 특히 서 기자는 물속에서 말하는 게 가능한 풀페이스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불편하고 장비도 무거워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몸이 고달프다.” 그래서 다이빙을 일이 아닌 레저 활동으로 즐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문준영 기자도 지난해 수중 취재를 나갔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져 3개월 병가를 내야 했다. 납 벨트에 공기통과 카메라까지 무거운 장비를 멘 상태로 물에서 나오는데 몸이 ‘휘청’하더니 “뚝” 소리가 났다. 바닷속에서 심한 조류를 만날 때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 기자는 “보기엔 예쁘고 정적인 그림이지만 그걸 찍기 위해선 굉장한 수고가 든다”고 말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공기통 등 장비 대여료는 물론, 배를 타고 나가는 일이 많은데 뱃삯은 “부르는 게 값”이고, 전문 다이버가 동행해야 할 땐 그 비용도 추가된다. 흔한 말로 ‘가성비’가 낮은 취재인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바다 생태계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고 문준영 기자는 말했다. 그는 “수영이나 다이빙을 못하면 (수중 취재를) 못한다고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교육받고 할 수 있다”면서 기자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자격증을 따고 깊이 들어가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이 바다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바다는 너무 넓은데 우리가 들어가서 보는 바다는 아주 일부분이거든요.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취재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여러 현장을 같이 전달하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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