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뒤늦게 "애완견 언론 전체 비판 아냐...오해했다면 유감"

"랩독-애완견 표현, 손석희와 보수언론은 되고 이재명은 안 되나"
천하람 "깨끗이 잘못 인정하라" 국민의힘 "비겁한 변명"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던 중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계의 반발이 확산되자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유감”이라고 일부 해명했다. 지난 14일 법원에 출석하면서 작심한 듯 언론을 지칭해 비난을 쏟아부은지 나흘만이다.

이 대표 해명의 요지는 애완견 표현의 취소가 아니라 당사자 반론도 없이 검찰 주장만 받아쓴 일부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지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한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되레 “구질구질하게 이 얘기 저 얘기 하지 말고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라”(개혁신당), “겁먹은 지도자의 비겁한 변명, 진정성 없어”(국민의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애완견과 손석희의 랩독'이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학계와 언론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언론을 '워치독' '랩독' '가드독', 우리말로는 감시견, 애완견, 경비견이라 분류해 언급한다”며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칼럼과 사설은 물론 손석희 앵커가 JTBC 앵커브리핑에서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하는 용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며칠 전 법정에 출석하며 했던 저의 발언은 일부 언론의 실재하는 애완견, 경비견 행태를 지적했다”며 “상대의 반론은 묻지도 않은 채 출입처인 정치검찰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받아쓰며 사건조작 왜곡에 부역하는 일부 법조기자들의 행태는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고 썼다.

이 대표는 “방북용 송금이라는 검찰주장을 베껴 쓰면서 그에 반해 주가조작용 송금이라는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 비밀보고서는 외면하는 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일 수 없다”며 당시 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검찰출입기자들은 이를 외면한다”며 비판 대상을 좁혔다. 이 대표는 “랩독이나 애완견은 손석희나 보수언론은 말할 수 있어도 이재명은 안 된다거나, 영어로 하는 랩독 표현은 되도 한글로 하는 애완견 표현은 안된다는 것은 설마 아닐 것”이라고 썼다.

이 대표는 “대다수 언론인들이 감시견의 책무로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잘 안다”며 “많은 언론과 언론인들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론직필에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가 전날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사과하라고 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애완견 행태를 보이는 잘못된 언론을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시간 제약 등으로 일부 언론의 문제임을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해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이는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없고 부당한 비판인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며 “그런 식이면 어떤 성찰도 자정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언론사 압수수색이나 기자들의 기사, 언론사 보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 행태에 언론계가 강력 항의했다는 말은 과문한지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면서 “피해자가 마이너 언론이라 외면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뭔가 사정이 있을 것으로 믿겠다”고 썼다.

이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부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취지였다면 양문석 의원이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것이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라며 '기레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할 때 왜 즉각 제지하고 바로잡지 않았느냐”며 “이재명 대표의 말씀이 길다.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 원내대표는 “'검찰의 애완견' 발언은 잘못”이라며 “구질구질하게 이 얘기 저 얘기하지 마시고,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 해명은 겁먹은 지도자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 해명은 불리하면 자신의 발언마저 부인하는 이 대표의 정치 특성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이 대표가 진정성 없는 발언으로 성난 민심을 진정시키려 했다면, 잘못된 판단이자 큰 착각”이라며 “본인이 지칭한 애완 언론이 어디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언론인 여러분에게 한마디 하겠다면서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여러분들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