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 규제 좌초된 보험 `요양혁신`

KB '요양원 입소 우선권' 제외
복지부 협의 후 재추진 가능성

KB라이프생명 사옥 전경. <KB라이프 제공>

KB라이프생명이 혁신 서비스로 '요양원 입소 우선권'을 내세우려다가 돌연 중단했다. 보건복지부에 요양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관련 검토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논란 등이 걸림돌이 됐다. 포화된 국내 보험 시장에서 비금융 서비스인 요양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자 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혔다.

18일 KB라이프생명에 따르면 요양원 입소 우선권 서비스를 담아낸 '(무)KB 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전날(17일) 해당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입소 우선권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으로 개정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상품 개발 과정 중 외부법인을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 6항 등 관련 위반 소지가 없는지 검토 절차는 마쳤다"며 "복지부에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관련 논란으로 우선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복지부와 실무 협의 중으로 명확한 입장 전달은 아직 못 받았다"며 "추후 협의 결과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KB라이프는 요양시설 입소 우선권을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담아낸 점을 혁신안으로 내세웠다.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생명보험'과 '요양산업'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KB라이프는 해당 상품 출시 전 생명보험협회에 혁신 상품을 개발한 점을 인정해 달라며 배타적사용권(한시적 독점 판매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상품 출시 계획 변경에 따라 배타적사용권 신청조차 철회했다.

입소 우선권은 상품 가입할 때 보험 증권과 함께 관련 증명서를 받은 피보험자 대상으로, 상품 가입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요양시설 입소가 필요할 때 장기요양등급 4급 이상의 판정 등 조건 충족 시 빠른 입소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KB라이프의 요양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 예정인 은평·광교·강동 빌리지 대상으로 대기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다. 내년 개소 예정인 각 시설의 수용 인원은 100명이다. 기존 서초·위례 빌리지의 대기자가 5000여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KB라이프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판매량을 제한하는 방식의 한시 판매를 계획했다.

KB라이프는 고객 대기 풀(Pool)의 경우 일반 대기자와 입소 우선권을 보유한 대기자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퇴소로 인한 공실이 발생하면 일반 고객 대기 풀에서 1명 입소하면 입소 우선권 보유 고객 대기 풀에서 1명 입소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관련 제도에서 위반할 소지가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KB라이프가 개발한 부가서비스에 대해 제공 가능 여부 자체를 검토한다는 취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에 6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금전, 물품, 노무, 향응,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방법으로 수급자를 장기요양기관에 소개, 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조장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