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기 다툼' 화순 과수농가 골프장 관정 추가 개발에 반발

광주CBS 김수진 기자 2024. 6. 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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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농가들, 골프장 지하수 개발 피해 우려돼 반대 진정 제기
화순군청 "협의는 권고일 뿐 동의서 반드시 필요한 건 아냐"
골프장 "상수도 인입 등 어려워 지하수 관정 개발 포기 못 해"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 한 복숭아 농가. 김수진 기자


전남 한 골프장이 골프장 관리를 위해 지하수 관정 추가 개발을 추진하자 인근에서 지하수를 쓰는 과수농가 농민들이 농업 용수 부족 등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등 물대기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전남 화순군에 따르면 화순읍 도웅리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주민 18명은 최근 화순군청에 인근 골프장 업체가 지하수 사용을 위한 관정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A골프장은 지난 5월 화순군청에 지하수 굴착 행위를 신고한 뒤 주민 요청에 따라 지난 12일 지하수 자연수위 등을 측정했다. 앞서 5개의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공급받고 있는 A골프장은 깊이 약 200m의 관정을 1개소 더 설치해 하루 150-200톤의 지하수를 끌어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화순읍 도웅리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가 농업용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숭아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고 주민들과의 협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 한 복숭아 농가에 설치된 관수시설. 김수진 기자


도웅리 개발위원회 위원이자 복숭아 농가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화순지역 특산품인 복숭아를 키우기 위해서는 100톤 가까운 농업용수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복숭아 농가 1천평 당 80~100톤의 물이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 1시간에 5톤씩 공급되는 관수시설을 이용하고 있어 최소 15시간 이상 물을 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물은 지하수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가 오더라도 5-10mm 정도의 땅이 젖는 수준으로는 충분한 물 양이 공급되지 않는다"며 "매년 더워지는 여름철에 인근 하천이나 지하수를 이용해야하지만 하천수위도 낮아져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순군에서도 폭염, 가뭄 등 이상기온에 의한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중형관정과 관수 관비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씨는 "중형관정의 경우 자부담 50%와 군 보조 50%로 과수에 관수시설을 할 수 있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돗물을 사용하거나 인근 하천을 이용하는 경우는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서 A골프장 업체가 주민들에게 제시한 동의서. 김수진 기자


김씨는 A골프장이 앞서 도웅리 주민 10여 명에게 '지하수 개발 동의 연명부'를 통해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지난 2년간 가뭄으로 인해 지하수의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해당 동의서 내용에 피해 발생에 대한 보상이나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았고 모든 주민들이 개발 사업에 대해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화순군청은 A골프장과 주민간의 협의를 권고했다.

화순군청 관계자는 "지난 2007년 같은 업체가 관정 개발을 통해 지하수를 사용하자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며 "염려 차원에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을 뿐 굴착 행위 신고 단계에서 동의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 지하수 공급을 절반도 진행하지 못하는 관정도 있다"며 "지하수 영향평가와 함께 민원 등 현지 상황을 고려해 군 차원에서 허가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골프장은 관정 개발을 무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A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2월 화순군청에 상수도 인입을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인근 하천에서 물을 사용하는 방안도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 외엔 다른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향평가를 받기 전 주민에게 충분한 고지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수 수위 점검 결과를 통해 지하수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서류를 주민에게 공유했다"며 "굴착 신고에 대한 부분과 수위 측정 등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영향평가 업체 선정도 주민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추후 농가 피해에 대한 보상 대응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농가에 피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농가에 추가 관정 설치를 진행하거나 골프장에서 설치한 관정을 농가까지 연결하는 방안 등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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