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기술수출 대박’ 아이엠바이오 성공 비결은···1세대 바이오벤처의 투자 혜안 있었다
와이바이오는 기술플랫폼 제공해 공동개발
1세대 바이오텍, 자금난 해소 구원투수로
오픈이노베이션 등 협업 사례 더 늘어날듯
창업 4년차인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17일 1조 3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결과를 발표했다. 창업 초기 바이오벤처가 터트린 대박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공시킨 데는 국내 기업 3사가 협업으로 시너지를 낸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알테오젠(196170)·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 등 ‘1세대 바이오벤처’가 투자한 결과가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선순환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전날 ‘IMB-101’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한 뒤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의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함께 주목 받고 있다.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IMB-101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인 ‘와이맥스 에이블(Ymax®-ABL)’을 활용해 발굴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항체는 바이오의약품에서 암세포 등 항원과 결합하는 ‘유도장치’ 역할을 한다. IMB-101은 면역세포 과도화에 작용하는 ‘OX40L’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원인이 되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동시에 겨냥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을 개발한 HK이노엔(195940)은 와이바이오로직스와의 공동 연구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2016년부터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HK이노엔은 자사 항체 연구팀이 창업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기술이전을 통해 후보물질을 넘겼다. 실제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 바이오연구센터장이었던 하경식 대표를 비롯해 아이엠바이오로직스 경영진 다수가 HK이노엔 출신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와 HK이노엔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의 계약에 따라 총 계약 규모 9억 4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중 일정 비율의 수익금을 받는다. 신약 출시에 성공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 수령하게 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3사가 각 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해 공동 연구개발(R&D)한 파이프라인이 미국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한 ‘IBK-솔리더스 바이오 투자조합’에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펩트론(087010), 수젠텍이 일부 출자를 담당하면서다. 1세대 바이오텍의 대표 격인 이들 기업은 총 펀드 규모 235억 원 중 80억 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국내 바이오 업계에 투자금이 메마르자 건실한 바이오벤처까지 생존 위기에 내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기업은 투자를 받는 기업의 기술자문 역할도 맡기로 했다.
창업 20년차에 가까워진 1세대 바이오벤처들이 최근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단계에 돌입하면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선순환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피하주사(SC) 제형이 주목을 받으며 미국 머크(MSD)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알테오젠은 순식간에 코스닥 2위 대장주로 떠올랐다. 현재 업계 최대 화두인 항체약물접합체(ADC) 링커 기술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의 시가총액도 2조 원을 훌쩍 넘었다. 1세대 바이오벤처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 발전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는 1세대 바이오벤처가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물질을 라이선스인하는 등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협업 성공 사례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동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리가켐바이오, 유나이티드제약(033270), 박셀바이오(323990), 이뮨온시아 등과 협업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코오롱제약은 최근 신약 개발 기업 에스트리온과 난치성 교모세포종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동국제약(086450)은 샤페론(378800)과 염증 복합 억제제를 이용해 항노화 및 노화 관련 피부 주사용 의료기기 제품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협력이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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