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우호국에서 정상국가 외교로… 양국관계 ‘새 변곡점’ [북·러 정상회담]

김예진 2024. 6. 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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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양국관계를 전통적 우호국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한다.

북한과 러시아가 '수직적 전통 우호국+친선조약' 관계에서 '대등한 정상국가간 최고 수준 외교 관계'의 틀을 공식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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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동반자 관계’ 재정립
한·러와 동일하지만 조약 형태
“러군 자동개입 조항은 없지만
한 단계 아래 관계로 수위 조절”
푸틴 “서방 비합법적 제한 반대”
러, 독자지급결제 北 참여 시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양국관계를 전통적 우호국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한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현대 국제관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양자 관계 개념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수직적 전통 우호국+친선조약’ 관계에서 ‘대등한 정상국가간 최고 수준 외교 관계’의 틀을 공식화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북한은 정부수립부터 태생적으로 소련과 밀접하게 시작됐고 북·러관계는 1961년 유사시 자동개입조항을 포함한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기초했다. 이 조약이 1996년 폐기됐고 2000년부터는 상호 군사적 연계성이 약해진 조로(북·러)친선·선린협조에 관한 조약에 기초했다. 친선 조약 수준이지만 건국 역사부터 밀접한 전통 우호국이라는 역사적 배경은 일종의 법적 틀 밖에서 ‘보이지 않는 힘’처럼 작용해왔다. 다소 전근대적 양국 관계 개념을 현대적 정상국가 관계로 갖추려는 의도도 보인다. 북한은 18일 관영매체 보도에서 ‘국가방문’이라는 표현을 써 ‘국빈방문’ 개념을 드러내려 했다. ‘국가방문’ 표현은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 처음 나왔고, 이번이 두 번째 사용이다. 김정일 집권기인 2000년 푸틴 대통령 방문 때는 ‘방문’이라고만 표현했다.
한국도 2008년 러시아와 양자관계를 기존의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기 때문에 이번 북·러 관계의 재정립은 표현상 한국과 동일해 보이지만, 한·러관계와 달리 조약 형태여서 더 강력한 성격이다. 동맹조약→친선조약→준동맹조약으로 70여년 북·러 관계사가 세 번째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약은 무효화가 쉽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의미에서 군사동맹 바로 아래 최고의 외교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군사동맹까지 가지 않음으로써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했다.

홍완석 한국외대 교수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북한의 청구서에 러시아가 응답하면서도, 군사적 조약이나 조항까지는 가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말도록 하는 선으로 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인도적 분야 등 비군사분야에 한정된 협력 틀을 직접 공개한 것도 수위를 조절하되 경제적 밀착을 과시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독자지급결제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에 북한을 본격 참여시킬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SPFS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 루블화나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탈달러화’ 정책으로 동유럽 국가 등을 끌어들이려 해왔다.
“푸틴 동지 열렬히 환영”… 평양 순안공항에 걸린 현수막 18일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합작사업 금지 등 비군사분야에도 상당 부문 걸쳐있어 북·러의 경제협력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저촉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지도자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신문인 노동신문에 자신의 방북 의도를 직접 게재한 것은 2019년 시 주석 방북 때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도착 연설을 대체하는 기능으로 보인다.

푸틴 기고문의 독자는 표면적으로는 북한 주민이었지만, 3515자에 달하는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을 향해 자국 입장을 강조하는 데 890자를 할애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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