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간암 이어 폐암 환자에 희소식”...세브란스, 첫 중입자치료 돌입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6.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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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췌장·간암에 이어
이달말부터 폐암 치료
다른 장기 영향 최소화하는
회전형 치료기 활용하기로
1회 비용 6000~7500만원
초기암은 1회 치료로 완치 가능
금웅섭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와 의료진이 정확한 중입자치료를 위해 장비를 조정하고 있다. 세브란스
세브란스병원이 이달 말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첫 중입자치료에 돌입한다. 지난해 4월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췌장암과 간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 데 이어 폐암까지 정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폐암의 경우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들의 상당수가 말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중입자치료 도입으로 낮은 생존율에 좌절한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은 오는 25일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달 가동에 돌입한 회전형치료기가 사용된다. 빛을 내리쬐는 부분이 360도 돌아가는 회전형치료기는 암 발생 위치 등에 맞춰 조사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다른 장기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세브란스는 현재 고정형치료기 1대와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단일기관 기준 회전형치료기 2대를 구축한 곳은 세브란스가 유일하다. 고정형과 회전형치료기를 모두 가동하면 일평균 5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1회 비용은 약 6000만~7500만원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총 277명의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다.

김경환 세브란스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과 회전형으로 나뉘는데 고정형치료기는 조사 각도 등을 조절하는 데 제한이 있다”며 “회전형치료기는 각도뿐 아니라 최적의 선량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예후 개선은 물론 치료 가능한 환자 범위도 늘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암 치료법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성적 제고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폐암에 걸렸더라도 조기 발견이 어렵다. 전체 환자의 60%정도가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첫 진단을 받는다.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가 쉽게 일어나 중증환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또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있는 탓에 수술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재 폐암 치료법은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일종의 방사선치료인 중입자치료는 무거운 탄소 입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브래그피크’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브래그피크란 체내로 조사된 입자선이 정상 장기를 모두 투과하고 종양에 도달하는 순간 막대한 양의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 암 세포만 죽이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X선 기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중입자치료는 정상부위나 주변 장기에 미치는 피해가 적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 초기 암의 경우 1회 치료로도 완치를 노릴 수 있다.

세브란스가 도입한 중입자치료의 특징은 호흡 동조 치료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호흡 동조 치료란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반영해 중입자를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암 세포에 적확한 도달은 물론 정상 장기가 입는 피해를 더욱 줄일 수 있다. 호흡 동조 치료를 실시하려면 투시검사 장치를 이용해 장기의 움직임과 이에 따른 신체의 호흡 주기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관지 내시경으로 금침을 삽입한 후 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장기가 움직이는 패턴 역시 읽어야 한다.

세브란스는 중입자치료와 전통 항암치료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선 초기 폐암 환자들이 기존 방사선치료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할 경우 생존율이 20%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세브란스는 이같은 사실에 착안해 중입자치료에도 병행요법을 적용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소진행성 암에는 중입자치료를 단독요법으로만 시행했다”며 “연구를 통해 향후에는 항암치료나 면역항암제를 함께 활용하는 프토토콜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에 따르면 중입자치료를 실시한 3cm이하의 초기 종양은 3년 국소제어율이 95%이상이다. 국소제어율이란 치료받은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중입자치료의 성적을 알려주는 주요 지표다. QST에 따르면 3cm보다 큰 종양의 국소제어율은 80~90%로 나타났다. 방사선치료의 후유증 중 하나인 방사선폐렴도 중입자치료의 경우 발생빈도가 3%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방사선치료(10~20%)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입자치료가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군마대학에 따르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중입자치료 이후 급성 악화 증상을 보인 것은 아직까지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방사선폐렴 발생빈도도 중입자치료를 실시한 기저질환 환자의 경우 7.6%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기존 방사선치료의 경우 방사선폐렴 발생율이 30%로 보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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