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 팬, 새로운 문화 선도한다

2024. 6. 18. 1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임영웅이 가수로서 가요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듯이 임영웅의 팬들도 팬덤 문화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모범적인 팬덤으로 찬사 받으면서 팬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에 벌어진 선행 열풍은 임영웅 팬들이 왜 그렇게 찬사 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영웅의 생일인 6월 16일을 기념해 전국의 임영웅 팬모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선행에 나선 사건이다. 창원경남웅사랑방, 영웅시대밴드(나눔모임), 충주영웅시대, 영웅시대제주, 영웅시대충북, 영주예천 영웅시대, 위드히어로 광주전남, 영웅시대웅패밀리, 진주영웅시대, 인천웅S사랑방, 거제영웅시대, 영웅시대부산봉사방, 영웅시대정읍무지개방, 부산영웅시대스터디하우스, 위드히어로부산금정산, 위드히어로대전세종, 팬밴드웅기종기, 영웅시대안동스터디방, 영웅시대통영, 순천영웅시대, 영웅시대경기북부사랑방, 봉사나눔방 라온, 영웅시대울산, 여수영웅시대온기, 영웅시대전북방, 영웅바라기서포터즈, 안산영웅시대, 위드히어로강원, 남원순창영웅시대, 철원백골영웅시대, 대구별빛스터디방, 영웅시대광주전남, 대구영웅봉사회, 대구영웅시대투게더방, 강원영웅시대, 광주전남영웅시대보금자리, 영웅시대서울동북부, 영웅시대플래시몹, 창원영웅시대웅사모방, 위드히어로경기서울부울경, 수원동탄웅벤져스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하와이영웅시대, 시애틀영웅시대 미국동부스터디방 등이 참여했고, 개인자격으로 기부에 나선 이도 있다.

이런 일들이 해마다 벌어진다. 임영웅의 생일뿐만 아니라, 데뷔 기념일이나 명절 등에 맞춰 릴레이 기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치러진 그의 서울 월드컵경기장 공연 직전엔 스타디움 공연 기념으로 기부가 이루어졌다. 연예인 팬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선행에 나서는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

하나의 중앙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모임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진행하는 것이라 더 특기할 만하다. 기부처도 각 모임들이 알아서 정한다. 지역의 취약계층 노인들, 또는 저소득층 아동 환우, 또는 장애인 축구단, 또는 해외 빈곤지역 학교 지원 등 다양한 기부처가 있다.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돈을 모아서 대형 단체에 맡기는 방식도 있겠지만, 이렇게 각 지역 모임들이 스스로 논의해서 도움 줄 곳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봉사까지 함께 진행하는 방식도 의미 있게 느껴진다.

이들은 지난해에 있었던 임영웅의 프로축구 시축 때도 찬사 받았었다. 당시 임영웅 측에서 축구 예의에 맞춰 영웅시대 옷 착용을 자제해달라고 하자, 경기 당일에 정말로 임영웅 팬들이 영웅시대 옷을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그 경기가 코로나19 이후 단일 경기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예매 열기가 뜨거웠는데, 임영웅의 팬들이 축구팬들이 앉는 자리는 일부러 예매를 하지 않은 점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경기 중엔 축구팀을 배려하기 위해 임영웅 팬인데도 임영웅에게 집중하지 않고 경기를 성실하게 관람하며 응원에도 참여했다. 임영웅의 순서가 다 끝났어도 경기장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위해 쌀쌀한 날씨에 끝까지 축구장을 지켰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엔 자리 청소까지 해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크게 주목 받았다.

과거 일부 아이돌 스타의 경기장 행사 때는 일부 팬들이 스타에게만 집중하거나, 또 스타의 순서가 끝난 이후엔 경기 중간에 퇴장하기도 해 논란이 됐었다. 임영웅 팬들이 연예인 시축, 시구를 즐기는 팬들의 자세에 대한 모범을 보인 것이다.

1980년대에 '오빠부대'라는 단어가 시작된 이래 팬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스타만을 추종하는 존재라고 여겨졌다. 90년대에 아이돌 시대가 시작되자 그런 팬들의 맹목성과 배타성이 더 강해졌고, 2000년대 초 동방신기 열풍 때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자 팬들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져 한때는 누구의 팬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뭔가 떳떳하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후 팬들도 사회적 각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엔 자신의 스타만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면서 고가의 선물을 하고 남들의 시선엔 무관심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남들의 시선도 생각하면서 특히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선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0년대 이후부터 팬 문화가 변해왔는데 임영웅의 팬들이 이런 흐름에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동시다발적인 기부와 봉사의 물결, 그리고 질서 의식과 배려심을 통해서다. 임영웅 공연이 공연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임영웅 팬들도 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스타에, 놀라운 팬덤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