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린 웹툰, 작가 동의만 있다면 저작권 인정해야"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박문수 2024. 6. 18. 18: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연 이현세 세종대 석좌교수
웹툰 스토리 창작은 인간의 영역
그림 몰라도 웹툰 창작자로 인정
작가 동의하에 DB 구축한다면
표절·저작권 침해 막을 수 있어
50년 작업 결과물 AI에 학습 중
AI까치로 100년 뒤에도 소통 계속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AI와 디지털 혁신, 지식재산을 향한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이현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석좌교수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웹툰도 저작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만화계의 거장인 이현세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 석좌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공동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AI가 창작물을 99%, 100% 만들었다 해도 그 뒤에 아직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I 제작 만화도 사람 창작물"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AI의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문화예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교수는 50년간 그린 만화 5000권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는데, 이르면 연말 이 교수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속 까치와 마동탁, 엄지 등이 AI로 재탄생한다. 내년 또는 2025년 버전의 AI가 그린 '공포의 외인구단'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칠순을 앞둔 만화거장의 새로운 도전에 웹툰·만화계는 물론이고, 국내외 지식재산(IP)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도 AI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AI 활용과 저작권 인정 문제가 이미 국내외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크게는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과 AI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웹툰은 이야기 산업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림을 하나도 모르는 엔지니어가 이것저것을 학습해서 AI로 만화를 그렸다 하더라도 그것은 인터넷 만화 창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작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작가들은 노동력을 절약해주고, 효율성이 높고 오류를 줄여주는 정확한 AI를 반기지만 대신에 아무도 AI로 인해 자기 것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출처를 꼭 밝혀달라는 것인데, 문제는 출처를 다 밝힐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발명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AI가 작가의 동의 없이 학습에 들어가는 일들이 생긴다"며 "그 부분을 작가들이 가장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통해서 가져온 표정이나 다양한 것들이 실제적으로 어떤 작가의 작품 캐릭터와 유사할 수 있는 만큼 출처를 분명히 밝혀줘야 하고, 가능하면 동의를 받아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동의만 얻었다면 AI로 그린 만화는 그 사람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로 영생, 100년 후 사람과 대화

이 교수가 AI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이유는 AI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을 '누구보다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가령 선작업까지는 지금도 연필과 펜으로 마무리한다. 이후 채색과 편집 등은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국내 상업 작가 중에 거의 유일하게 아직도 수작업으로 만화를 그리는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필을 깎을 때 나는 향내, 먹 냄새, 출판물 잉크 냄새를 여전히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이 교수가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미국 같으면 작가가 죽어도 가면을 덮어 쓴 히어로들이 계속 살아서 움직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면서 "제 캐릭터가 영생하면 저도 불멸하게 되는 것이고, 다음 세대와도 소통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AI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웹툰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구조여서 독자들의 반응을 다 받아들인 뒤에 작업을 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엄청 촉박한 구조"라며 "작가들이 쪽대본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처럼 엄청난 노동량에 시달리고 있는데, AI를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AI로 만화를 그리면 노동력은 최소화되고 정확성은 강화된다"면서 "덕분에 50년 동안 만들어 둔 모든 주인공들이 다 나오는 만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제가 AI와 손잡은 이유"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조은효 팀장 김동호 박소연 최종근 장민권 김준석 권준호 홍요은 박문수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