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발명에 폭넓게 활용되는 AI… 발명자 인정은 신중해야"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박문수 2024. 6. 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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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AI, 발명 효율성·지재권 창출 기여
개입 억제 아닌 창의성 보호해야
특허 과부하·법적 불확실성은 과제
"AI 발명자 인정하는 건 별개" 중론
18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국내외 귀빈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첫줄 왼쪽부터 마쓰시타 고이치 일본특허청(JPO) 과장, 크리스틴 본발렛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디렉터, 이현세 세종대 석좌교수,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김순선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리사 조르겐슨 WIPO 사무차장,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 캐시 비달 미국특허상표청(USPTO) 청장, 넬리 시몬 유럽특허청(EPO) 부청장, 하마노 고이치 JPO 청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길렌 키젤 르 코스케르 프랑스변리사협회 회장,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둘째줄 왼쪽부터 정대순 특허청 국제협력과장, 미겔 라플란트 스위스대사관 공관차석,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 국장, 유원 LG전자 부사장, 윤종덕 삼성전자 부사장, 예범수 한국지식재산협회 회장, 유병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전선익 파이낸셜뉴스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 김명섭 한국특허기술진흥원장, 리오넬 비알 프랑스 변리사협회 부회장. 셋째줄 왼쪽부터 허영진 대한변리사회 국제부회장,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정주성 삼성E&A 부사장, 정상태 율촌 변호사,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변동식 파이낸셜뉴스 사장, 김지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단장, 이재우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현성훈 한국특허정보원장,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글로벌 지식재산(IP) 정책을 이끄는 선진 5대 특허청(IP5) 수장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이 들어간 발명품을 특허로 보호할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가졌다. 이들 IP5는 AI가 발명 효율성을 향상시켜 특허 출원을 증가시키지만,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 필요성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AI, 특허 활성화 vs 특허 과부하"

18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는 IP5인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특허청장들이 모여 AI와 지식재산 보호 관련 최근 동향과 각국의 정책을 공유했다.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를 비롯해 하마노 고이치 일본특허청장, 선창위 중국국가지식산권국 청장, 캐시 비달 미국특허상표청장, 넬리 시몬 유럽특허청 부청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AI의 급속한 발전이 전 세계 지식재산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각국은 AI 혁신을 억제해선 안 되며, AI를 활용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시몬 부청장은 "(EU는) AI 관련 특허 출원이 2013년 31건에서 지난해 1140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지식재산 출원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비달 청장도 "AI가 지재권 창출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며 "AI 기술을 개입하고 억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AI 관련 특허 출원이 10년간 20배 증가했으며, 4차 산업혁명 관련 특허 출원도 3배 늘었다.

다만 하마노 고이치 청장은 "AI 기술이 발명 효율성을 높이면서 특허 난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기술을 포함한 발명의 진보성을 적절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도입돼 발명을 활성화하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특허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고 진정한 혁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발명자 지위 부여 신중

청장들은 특히 AI 창작에 대한 발명자 지위 부여와 관련해서 토론을 이어갔다. IP5는 AI가 다양한 창작에 활용되고 있지만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AI가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AI가 일상을 파고들면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창작과 발명의 영역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인지했다.

하지만 AI를 발명자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모든 참석자가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유럽과 일본 청장들은 "AI가 발명 효율성을 높이지만, 법적으로 발명자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중국도 AI가 발명을 도울 수 있지만, 독립적 발명자로는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AI가 돕는 창작물의 특허권 보호는 적극적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건 별개란 입장이다.

김 청장 직무대리는 "현재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AI가 고도화되고 있으므로 AI의 발명자성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P5, AI 기술 속속 도입

IP5는 AI 기술을 직접 도입하는 데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주로 특허 분류와 문서 검색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특허청은 심사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AI를 도입했다. 2021~2022년에 걸쳐 도형상표, 디자인 이미지 검색과 특허 검색 시스템에 AI 기술을 적용해 활용 중이다. AI로부터 특허 분류(CPC) 및 도형상표 분류를 추천받아 분류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AI 번역과 AI 챗봇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한국어로 제한된 AI 특허 검색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 선행 기술 번역문 일괄 검색으로 확대해 심사에 드는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추후 특허 심판이나 방식 업무에도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AI와 문자판독(OCR) 기술을 적용해 심판 서류를 자동 분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출원·등록 시의 방식 심사에도 AI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국가지식산권국은 스마트 검색 시스템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도입해 심사 효율성을 높이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창위 청장은 "AI 도입으로 심사원의 검색 능력을 36% 이상 향상하고, 평균 심사 기간을 16개월로 단축했다"며 "또 심사 정확도를 94% 이상 높여 지재권 심사의 질을 크게 향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 부청장은 "유럽특허청은 1억5000만건의 선행 기술 문서를 AI가 분석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AI를 활용해 특허 출원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조은효 팀장 김동호 박소연 최종근 장민권 김준석 권준호 홍요은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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