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터져 실려나가도… 월남·귀순 막으려 병력 동원 작업 [북·러 정상회담]
불모지 조성·전술도로 등 경계 강화해
북방한계선 일대엔 대전차 방벽 설치
지뢰 매설 중 폭발 사고로 다수 사상자
합참 “내부 통제력 강화 위한 조치인 듯
국경선화 가능성 있지만 단정 어려워”
북한군이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지뢰폭발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전선 지역 군인과 주민이 월남해 귀순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지뢰 매설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분계선 북쪽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북측 DMZ에는 북한군 민경초소 및 민경초소를 연결하는 추진철책이 있다. 북한군은 추진철책 남쪽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DMZ 공간에서 지뢰 매설과 불모지 조성 작업을 진행 중인데, 우리 군은 이곳에서 지뢰폭발을 식별했다. 군은 지뢰가 폭발한 직후 북한군이 사상자를 들것에 싣고 떠나는 모습도 식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철책 북쪽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DMZ에서도 동일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매설되는 지뢰는 대인·대전차지뢰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작업은 대부분 인력 위주로 진행 중이며, 하천 등에서 작업할 때 굴착기 1대 정도가 동원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DMZ 내 10여곳에서 한 곳당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을 동원하고 있다”며 “작업은 해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이뤄진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봄과 가을에 훈련을 마치면 장애물과 경계물 보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다만 이번처럼 북한군이 하루 최대 1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는 건 이례적이다.
합참은 북한군의 활동에 대해 전선지역 장병과 주민의 월남 및 귀순을 차단해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대인지뢰를 매설하면 사람의 왕래를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 불모지를 만들어놓으면 먼 거리에서도 해당 지역의 동향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북한군의 작업이 과거 귀순자가 발생했던 지역이나 하천 등 감시 사각지대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군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리게 하는 요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군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합참 관계자는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활동과의 연계성은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국경선화 가능성은 있으나, 현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합참은 북한군의 활동을 주시하면서 우발적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전선 지역 일대에서의 우발적 상황 발생에 대비해 북한군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유엔군사령부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올해 1월께 완료했고,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최근에는 동해선 가로등과 철도 레일 등을 제거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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