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라인야후, `네이버 털기` 더 속도낸다

시스템분리 당초보다 2년 앞당겨
5월 尹-기시다 회담후 문제 잠복
네이버 지분정리 재부상 불가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 EPA 연합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18일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종업원용 시스템 분리 및 인증기반 분리를 2024년 중으로 완료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026년 중으로 추진했던 시스템분리를 2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데자와 CEO가 지분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스템과 운영의 단절 이후 향할 곳은 네이버와의 지분 정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11월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책임을 들어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의 공동대주주인 네이버에 대해 지분정리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한국 대표 IT기업이 키운 '라인'을 일본이 강탈하려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는 왜 손놓고 있냐는 비판이 비등했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지분구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네이버의 뜻에 반해 지분이 정리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해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후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정리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날 이데자와 CEO가 시스템 분리를 2년이나 앞당긴다고 선언하면서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정리 문제는 재부상했다.

라인야후 이사진은 이날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졌다.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CPO직만 유지한다. 라인야후는 이달 28일까지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네이버와의 위탁관계 종료 계획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까지는 자본 관계 재검토 방안을 포함한 답변을 총무성에 내야 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라인야후 지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대표가 이 사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다음달 1일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답변을 내는 것을 전후해 협상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64.5%를 보유한 A홀딩스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각각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이용자와 거래처, 종업원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 일본 정부로부터 지난 3∼4월 두 차례 행정지도를 받았다. 일본 총무성은 보안 강화를 이유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라인야후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내년 4월 중 종료하기로 하는 등 '탈 네이버' 움직임을 해 왔다. 야후재팬이 운영하는 '야후 지식백과'의 인공지능(AI) 답변 기능에 앤스로픽의 클로드3와 오픈AI의 GPT-4를 연동하면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번 주총에 앞서 공개한 주총보고서에서는 네이버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